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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녀춘향수절가
2003.12.24 | 조회수 : 5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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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 성자성손은 계계승승하사 금고옥족은 요순시절이요, 의관문물은 우탕의 버금이라. 좌우보필은 주석지신이요, 용왕호위 간성지장이라. 조정에 흐르는 덕화 향곡에 펴여 있고, 사해의 굳은 기운 원근에 어리었다. 충신은 만조정이요, 효자 열녀 가가재라. 미재미재여. 우순풍조하니 일대건곤 성명세라.
이때에 삼천동 거하시는 이한림이라 하는 양반이 있으되 세대 잠영 지족으로 국가충신지후예라.
일일은 전하께옵서 충효록을 올려보시고 충효자를 택출하사 자목지관 임용하실새 이한림으로 과천현감에 금산군수 이배하여 남원부사 제수하시니, 이한림이 사은숙배 하직하고 즉시 치행하여 남원부에 도임하고 선치민정하니, 사방에 일이 없고 백성들은 더디옴을 칭송하고 강구연월에 문동요라. 시화년풍하고 백성이 효도하니 요군시절이라.
이때는 때마침 춘삼월이라. 춘조는 비거비래 쌍쌍하여 춘정을 도웁는데, 사또자제 이도령이 연광은 이팔이요, 풍채는 두목지라. 문장은 이태백이요, 필법은 왕희지라.
이때에 도련임이 방자 불러 이른 말이,
"이곳 경처 어디메냐?"
방자놈 여짜오되,
"글공부 세우는 도련임이 경처 알어 무엇하시려오?"
이도령 하시는 말이,
“어허, 이놈! 네 모른다. 시중천자 이태백은 채석강에 놀아있고, 적벽강 추야월에 소자첨 놀았으니 아니 노든 못하리라."
방자 다시 여짜오되,
“서울로 이를진대 자문밖 내달아 칠성암 청련암 세금정이 어떠한 지 몰라와도 전라도 오십삼관중에 남원이라 하는 고을 광한루라 하는 곳이 놀음직하나이다."
이도령 이른 말이,
"광한루 구경가게 행장을 차리어라!"
방자놈 거동보소. 서산나귀 솔질 살살하여 가진 안

장 지을 적에 홍연자각 산호편에 옥안금천황금륵 청흥사 고운 굴레 주먹 상모 덤벅 달아 압뒤걸이 질근 매고 층층 다래 은엽 등자 호피 돋움 새가 난다.
도련님 치레 보소. 신수 고운 얼굴, 분세수 정히 하고, 감태같은 채머리 해남을 많이 발러 반달같은 용려리로 설설 흘려비껴 궁초 댕기 석황 물려 맵시 있게 잡아매고, 보라 수주 잔누비 돌징 육사단 겹배자 밀화단추 달아 입고 분주바지 세포보선 통행전 무릎 아래 넌짓 매고 영초단 허리띠 모초단 도리줌치 대구팔사 갖은 매듭 고를 내어 넌짓 매고 청사도포 몸에 맞게 지어 입고, 궁초띠를 흉중에 넌짓 매고 맹호연의 본을 받아 갖은 안주 국화주를 왜화병에 가득 넣어 나귀 등에 넌짓 싣고 은죽산 부산 대 별간죽 길게 맞춰 삼동초 꿀물 맞게 추겨 천은설합에 가득 넣어 자주 녹비 끈을 달아 방자놈게 채운 후에 나귀 등에 섭적 올라 홍선 으로 일광을 떡 가리고 맹호연 본을 받어 호호달랑 호호달랑.
오작교 다리 가의 광한루 섭적 올라 좌우를 둘러보니 산천물색 새롭다. 악양루 고소대와 오초동남수는 동정호로 흘러지고 연자 서북에 팽택이 완연하고, 또 한곳 바라보니 백백홍홍 난만중에 앵무 공작 날아든다.
산천경개 둘러보니 반송솔 떡갈잎은 춘풍에 너울너울, 폭포유수 시냇가에 계변화는 벙굿벙긋, 낙락장송은 울울하고 녹음방초승화시라.벽도화지 만발한데 별유건곤 여기로다.
난간에 비기어 앉아 한 곳을 바라보니, 어떠한 일미인이 봄새 울음 한가지로 온갖 춘정 못 다 이기어 두견화도 질끈 꺾어 머리에도 꽃아 보며, 함박꽃도 질끈 꺾어 입에 함쑥 물어보고, 옥수 나삼 반만 걷고 청산유수 흐르는 물에 손도 씻고 발도 씻고, 물도 먹음어 양수하고,조약돌 덥석 주어 버들가지 꾀꼬리도 희롱하고, 버들잎도 주루룩 훑어 내어 물에도 훨훨 흘려보고, 백설같은 흰나비는 곳곳마다 춤을 추고, 황금 같은 꾀꼬리는 숲숲이 날아들어 온갖 소리 다 할 적에,
춘향

이 거동 보소, 춘흥을 못 이기어 추천을 하려 하고, 면숙마 추천줄을 수양버들 상상지에 칭칭 얽어 감아 매고, 세류같은 고운 몸을 단정이 놀릴 적에 청운같은 고운 머리 반달같은 용어리로 어리 설설 흘려 빗겨 전반같이 넌줏 땋아 뒤 단장 은죽절과 압치레 볼작시면, 밀화장도 옥장도며 광원사 겹저고리 백방사주 진속곳 서수화 유문 초록 장옷 남방사 홑단치마 훨훨 벗어 걸어두고 자주 비단 수당혜를 석석 벗어 던져두고 황건 백건 지우자를 뒤 단장의 떡 부치고 섬섬옥수 넌즛들어 추천줄을 갈라 잡고 백능 버선 두 발길로 섭적 올라 발 구를 제, 한번 굴러 힘을 주며 두번 굴러 통통 차니 반공에 훨적 솟아 가지가지 놀던 새는 평임으로 날아들고 비거비래 하는 양은 지황건이 난봉 타고 옥경으로 향하는듯 무산선녀 구름 타고 양대상에 나리는듯, 그 태도 그 형용은 세상 인물 아니로다.
이도령이 정신이 어질하며 안경이 희미하여 방자 불러 이른 말이,
"저 건너 화류간에 아른아른 하는 게 무엇인지 알겠느냐?"
방자놈 여짜오되,
"과연 분명 모르나이다."
이도령이 이른 말이,
"금이냐? 옥이냐?"
방자 여짜오되,
"금생여수 아니여든 금이 어찌 나온다 하며 옥출곤강 아니여든 옥이 어이 있으릿가?"
"네 그러할진대 신선이며 귀신인가?"
방자 여짜오되,
"영주 봉래 아니어든 신선 오기 만무하고 천읍우습 아니어든 귀신 있기 괴이하여이다."
"네 말이 그러할진대 네 정녕 무엇인가?"
방자 다시 여짜오되,
“이 고을 기생 월매딸 춘향이란 기생아이 낮이면 추천하고 밤이면 풍월 공부하여 도도하기로 일읍의 낭자하여이다."
이도령 대희하고 이른 말이,

"그러할 시 분명하면 잔말 말고 불러 오라!"
방자놈 거동 보소. 도련님 분부 뫼시어 춘향 초래하러 갈 제, 논틀이며 밭틀이며 뒤쭉을 높이 찌고 껑충거려 건너가서 춘향 초래라는 말이,
"책방도련님 분부내려 너를 급히 부르신다."
춘향이 깜짝 놀래어 이른 말이,
"너다려 춘향이니 오향이니 고양이니 잘양이니 종다리새 열씨 까듯 다 외워 바치라더냐?"
방자 이른 말이,
"추천을 할 양이면 네 집 후원에서 할 것이지 탄탄대로에 나와 에굽은 늘근 버들 장장채승 그네줄을 양수의 갈라 쥐고 백승 버선 두 발길로 백운간에 노닐 적에 물명주 속곳 가랭이 동남풍에 펄렁펄렁,박속 같은 네 살결이 백운간에 힛득힛득하니 도련님 네 태도 잠간 보고 정신이 희미하여 너를 급히 부르시니 네 어이 거역하리?"
춘향이 거동 보소. 추천하던 그 태도로 한번 걸어 주저하고 두번 걸어 사양하니, 방자놈 이른 말이,
"네 교태 한번에 나의 수로 갈 데 있느냐? 사양 말고 바삐 가자!"
춘향이 거동보소. 옥태화용 고운 얼굴 백모래밭의 금자라 걷듯,대명전 대들보 명매기 걸음으로 앙금살짝 거러와서 공경하여 예한 후에,
이도령 거동보소. 단순호치 반개하여 용사교담으로 말씀하여 이른 말이,
"네 얼굴 보아하니, 일국의 절색이라. 네 바삐 오르거라!"
춘향이 거동 보소. 추파를 잠간 들어 이도령을 살펴보니, 만고의 호걸이요 진세간 기남자라. 천정이 높았으니 소년공명 할 것이요, 오악이 조구하니 보국충신 될 것이매, 춘향이 흠모하여 아미를 숙이고 염슬단좌뿐이로다.
이도령 하는 말이,
"네 연세 몇이며, 네 성은 무엇인가?"
춘향이 여짜오되,

"연세는 십륙세오, 성은 성가라 하나이다."
이도령 거동 보소.
“허! 그 말 반갑도다. 네 연세 드러니 날과 동갑이요, 성짜는 드러니 이성지합이라. 천연일시 분명하다. 날 설김이 어떠하냐?"
춘향이 거동 보소. 팔자청산 찡그리며 주순을 반개하여 가는 목 겨우 열어 여짜오되,
"충불사이군이요 열불경이부절은 옛 글에 있아오니, 도련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첩이라. 한번 탁정한 연후에 인하여 버리시면 독수공방 홀로 누워 우는 내 아니고 뉘가 할가. 그런 분부 마옵소서."
이도령이 이른 말이,
"네 말을 드러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리. 우리 두리 인연 맺을 적에 금석뇌약 맺으리라. 네 집이 어디매냐?"
춘향이 거동 보소. 섬섬옥수 높이 들어 한 곳 넌즛 가르치되,
"저 건너, 동편에 송정이오 서편에 죽림이라. 앞 뜰에 매화 피고 됫 뜰에 도화 피어 초당 앞에 연못 파고 연못 위에 석가산 묻은 곳이 소녀의 집이로소이다."
춘향을 보낸 후에 책실로 돌아와 춘향을 생각하니, 말소리 귀에 쟁쟁, 고운 태도 눈에 암암, 해 지기를 기다리며 방자 불러 이른 말이,
"오늘 해가 어느 때냐?"
방자 여짜오되,
"동에서 아귀 트나이다."
이도령 이른 말이,
"어허, 이놈 괘씸한 놈! 서로 지는 해가 동으로 도루 가랴? 다시금 살피어라!"
이옥고 방자 알외되,
"일낙함지 황혼하고 월출동령 달이 밖았소."
석반이 맛이 없어, 전전반측 어이하리,
방자 불러 분부하되,
"퇴령을 기다리라!"
하고 서책을 보려할 제, 맹자

를 내어 놓고 읽을새,
"맹자견양혜왕하신떼 왕왈 수불원천리이래하시니 역장유어이오국호이까?"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시전을 들여라.
관관저구재하지주로다. 요조숙녀는 군자호구로다."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대학을 들여라.
대착지도는 재명명덕하며 재신민하며 재춘향이니라."
"아서라, 그 글도 못읽겠다!"
"주역을 들여라.
원은 형코 정코 춘향이 코 내 코 딱 데이니 좋고 하니라."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천자를 들여라. 하늘전 따지 거물현 춘향이 누루황 집우 집주 넓을홍 춘향아 거칠관."
방자 여짜오되,
"천자가 도련님께 당치 않소."
도련님 대책하여,
"네 무식하다. 천자라 하는 게 칠서의 본문이라. 천자를 새겨 읽을게 들어보아라!"
"천개자시생천하니 태극이 광대 하늘천
지벽어축시생후하니 오행팔괘로 따지
삼십삼천공부공하니 인심지시 거물현
이십팔숙 금목수화토 지정색의 누루황
일월이 생하여 천지가 명하니 만물을 원하여 집우
토지가 두터 초목이 생하니 살기를 취하여 집주
인유이주야 O천하이광하니 십이제국의 넓을홍
삼황오제 붕하신 후에 난신적자 거칠황
동방이계명 일월이 생하니 소관부상의 날일
서산낙조 일모궁하니 월출동령의 달월
한심미월 시시부터 삼오일야의 찰영
태백이 애월을

낙대로 달 건지랴 점점 숙으려 기울측
하도낙서 벌린법 일월성신의 별진
무월동방 원앙금의 춘향동침의 잘숙
춘향과 날과 동침할제 사양 말고 벌릴열
일야동침의 백년을 기약 온갖 정담에 베풀장
금일 한풍이 소소래하니 침실의 들거라 찰한
베개가 높거든 내팔을 베어라 이만큼 올래
침실이 온하면 서열을 취하여 이리저리 갈왕
불한불열이 어느 때나 엽낙오동 가을추
백발이 장차 우거지니 소년풍도를 거둘수
추절한풍 사렴타가는 설한풍의 겨울동
소한대한 염려마소 우리님 의복에 감출장
부용작야 세우중에 광윤유태 윤달윤
이해가 어이 그리 긴고 인제도 사오시 남을여
외로이 정담을 이루지 못하여 춘향만나 이룰성
나는 일각이 여삼추라 일년사시의 송구영신의 해세
군자호구 이안이냐 춘향과 나와 혀를 물고 쪽쪽 빨아도 남을여짜이 아니냐."
"아서라, 그 글도 못 읽겠다."
방자 불러 이른 말이,
"하마 거의 야심이라. 초롱의 불 밝혀라! 춘향집 찾아가자!"
일개 방자 앞세우고 춘향집을 다다르니 인적이 야심한데 대접 같은 금붕어는 님을 보고 받기는듯, 월하의 두루미는 흥을 겨워 짝을 부른다.
이때 춘향이 칠현금 빗겨 안고 춘명곡 탈 때, 이도령이 그 금성을 반겨 듣고 글 두 귀를 읊었으되,
"세사는 금삼척이요 생애는 주일배라. 서정강상월이요 동각설중매라"
춘향어미 듣고 나와,
"신동인가? 선동인가?"

이도령 이른 말이,
"선동이러니 할미집에 술 있다 하기로 내 왔노라."
하거늘, 할미 대답하되,
"이게 주가이 아니라. 이 아래 행화촌을 찾어갑소."
이도령 하는 말이,
"내 일정 선동이 아니로세."
방자 이르오되,
"이 골 사또 자제 도련님이 춘향 구경 와 계시니 잔말 말고 드러가소!"
춘향이 이 말 듣고 바삐 나와 소매를 부여잡고,
"들어가세. 들어가세."
춘향의 방을 들어가서 방안 치레 볼작시면, 청능화 도벽에 황능화띠를 띠고 황능화 도벽에 청능화 띠를 띠고, 왜경 대경 객게수리 이렁저렁 벌려놓고 자개 함농 반다지며 벽상을 둘러보니 온갖 그림 다 붙이었다. 어떠한 그림 붙이었는고? 부춘산 엄자릉은 간의태후 마다 하고 백구로 벗을 삼고 원학으로 이웃 삼아 양구를 떨쳐 입고 추동강 칠이탄에 낚시줄 던진 경을 역력히 그려있고, 진처사 도연명은 팽택 영을 마다하고 오류촌 북창하에 국파주를 취케 먹고 백학을 희롱하며 무현금 무릎 위에 놓고 소리 없이 슬픈 경을 역력히 그려 있고, 또 저편 바라보니 남양 초당 풍설중에 한종실 유황숙이 와룡선생 보려하고 걸음 좋을 적토마를 뚜벅뚜벅 바삐 몰아 지성으로 가는 경을 역력히 그려 있고, 또 저편 바라보니 상산사호 네 노인이 바둑판 앞에 놓고 어떠한 노인은 백기를 들고 또 한 노인은 혹기를 들고 또 한 노인은 구절죽장에 호로병 매어 후리쳐 질끈 잡아 요만름 하여 있고 또 한 노인은 훈수를 하다가 무렴을 보고 암상에 홀로 앉아 조으는 양을 역력히 그려 있고, 또 저편 바라보니 채석강 명월야에 시중친자 이태백은 포도주 취케 먹고 낚시 배 빗겨 앉아 지는 달 건지려고 물 밑에 손 넣는 양을 역력히 그려 있고, 백이숙제 채미경과 만고성인 공부자 그림, 오강의 항우 그림,광충다리 춘화 그림을 역력히 그렸는

데,
구경을 다한 후에 이도령 춘향다려 이른 말이,
"나도 태후집 자제로서 경성에 생장하여 청루미색과 좋은 계집 많이 보고 구경하였으되, 네 인물 네 태도는 세상사람 아니로다! 근원 있어 그러한가? 연분 있어 그러한가? 네가 일정 국색인가? 내가 미쳐 그러한가? 이리 혜고 저리 혜되 놓고 갈 뜻 전혀 없다. 만일 나 곳 안이던들 너의 배필 뉘가 되며, 만일 네곳 안이던들 나의 가인 뉘가 될고? 너 죽어도 내 못 살고 나 죽어도 네 못 살리로다! 나 살아야 너도 살고 너 살아야 나도 살고 너의 연세 들어 하니 날과 같이 이팔이라. 이도 또한 천연인지 반갑기도 그지 없다."
우리 둘이 잊지 말자. 깊은 맹세 맺을 적에 공단 대단 도리줌치 주홍 당사 벌매듭을 차례로 끌러놓고 면경 석경 드러내어 춘향 주며 이른 말이,
"대장부 정절행이 석경 빛과 같을진데 진토중에 빠져서도 천만년이 지나간들 변할소냐."
춘향이 재배하고 석경 바다 품에 품고 저도 또한 신을 낼 제, 섬섬옥수를 들어 보라 대단 속저고리 제 색 고름 어루만저 옥지환을 끌어 내며 옥수에 걸어들고 단정이 궤좌하여 이도령께 드릴 적에 가는 목 겨우 열어 옥성으로 여쭈오되,
"여자의 정절행이 옥지환과 같을지라. 진토중에 빠져서도 친만년이지나간들 변할 때 있을소냐."
이도령 옥지환 받아 금낭에 얼른 넣고, 춘향 보고 이른 말이,
"야심인적하였으니 잔말 말고 잠을 자자."
춘향이 거동 보소. 주효를 차릴 적에, 기명 등물 볼작시면 통영소반 안성유기 당황기며 동래주발 적벽대접 천은술 유리저에, 안주 등 물 볼작시면 대양푼에 가리찜 소양푼에 제육초에 풀풀 뛰는 숭어찜에 포드득 포드득 메추리탕에 꾀꼬요 우는 영계탕에 톰방톰방 오리탕에 곱장곱장 대화찜에 동래 울산 대전복을 맹상군의 눈섭처럼 어슷비슷

올려놓고 염통산적 양볶기며 낄낄 우는 생치다리 석가산 같이 괴어놓고, 술병치레 볼작시면 일본기물 유리병과 벽해수상 산호병과 띠끌없는 백옥병과 쇄금병 천은병과 자라병 황새병과 왜화 당화병을 차례로 놓았는데 갖음도 갖을시고. 술치레 볼작시면 도연명의 국화주와 두초당의 죽엽주와 이적선의 포도주와 안기생의 자하주와 산림처사 송엽주와 천일주를 가지가지 놓았는데, 향기로운 연엽주를 그 중에 골라 내어 주전자에 가득 부어 청동화로 쇠적쇠에 덩그렇게 그려놓고 불한 불열 데워내어 유리배 앵무잔을 그 가운데 데웠으니 옥경연화 피는 꽃이 태을선인 연엽선 뜬듯 둥덩실 띄워놓고, 권주가 한 곡조에 일배 일배 부일배 반취하게 먹은 후에 분벽사창 깊은 방에 둘이 안고도 놀고 업고도 놀고 노니 이게 모두 다 사랑이로구나!
"굽이굽이 깊은 사랑, 시냇가 수양같이 척 처지고 늘어진 사랑, 화우동산 목단화 같이 펑퍼지고 고운 사랑, 포도 다래 같이 휘휘친친 감긴 사랑, 연평바다 그물같이 얼키고 맺힌 사랑아, 은하직녀 직금같이 올올이 이룬 사랑. 청누미녀 침금같이 혼술마다 감친 사랑, 은장 옥장 장식같이 모모이 잠긴 사랑, 남창 북창같이 다물다물 쌓인 사랑 네가 모두 사랑이로구나. 어화둥둥 내 사랑아! 어화 내 간간 내 사랑이로구나!"
“여봐라 춘향아! 저리 가거라! 가는 태도를 보자. 이리 오너라! 오는 태도를 보자. 빵긋빵긋웃어라! 웃는태도를 보자. 아장아장 걸어라! 걷는 태도를 보자서라. 동정 칠백 원무산 같이 높은 사랑, 여천 창해 같이 깊은 사랑, 너와 나와 만난 사랑, 허물 없는 부부 사랑,너는 죽어 무엇 되며 나는 죽어 무엇 되리. 생전 사랑 이러하면 사후 기약 없을소냐. 너 죽어 될 것 있다. 은하수 폭포수 만경창해수 일대장강 다 버리고 칠년대한에 일생진진 처저있는 음양수란 물이 되고 나는 죽어 청학 백학 청조 용조 그런 새는 되려말고 쌍비쌍래 떠날 줄 모르는 원앙새 되어 녹수 원앙격으로 어화 등등 떠놀거든 나인

줄 알려므나. 사랑 사랑 내 간간."
"이제 싫소I 그것 내 아니 될나요."
"그러면 너 죽어 또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종로 인경이 되고, 나는 죽어 인경 마치 되어 새벽이면 삼십삼천 저녁이면 이십팔숙 그저 뎅뎅 치거든 남은 인경 소리로 알고 우리 둘이는 뎅뎅 춘향, 뎅뎅 도련임으로 놀아보자.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로구나!"
"싫소! 그것도 아니 될나요."
"그러면 무엇이 되단 말인야? 옳다!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 죽어 해당화가 되고 나는 죽어 나비 되어, 나는 네 꽃송이 물고 너는 내 수염 물고 춘풍 건듯 불면 너울너울 춤을 추고 놀아보자.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이리 보아도 내 사랑, 저리 보아도 내 사랑. 나 죽어도 너 못 살고 너 죽어도 나 못살제. 사랑이 핍진하여도 갈릴 마음 바이 없다. 너 죽어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방아학이 되고 나는 죽어 방아고가 되어 경신년 경신월 경신시 강태공 조작으로 어화 떨구덩 하거든 날인 줄 알려므나."
춘향이,
"싫소! 아무것도 아니 될나요."
"야, 그러하면 어찌 하잔 말인야?"
"품아시를 하여야 하지요."
"옳지. 너 죽어 위로 될 것 있다. 너는 죽어 매 윗짝이 되고 나는 죽어 매 밑짝이 되어 사람이 손으로 얼른하면 천방지방으로 휘휘 둘러 돌리거든 날인 줄 알려므나. 사랑 사랑 내 간간 사랑이야!"
춘향이 하는 말이 ,
"아무것도 아니 될나요. 위로 생긴 것이 부아나게 생겼소."
"오냐, 춘향아. 우리 둘의 업움질이나 좀 하여보자."
"애고, 잡성스러워라! 업움질을 어떻게 하잔 말이요."
"너와 나와 활씬 벗고 등도 대고 배도 대면 맛이 한껏

나지야."
"나는 부끄러워 못하겠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나는 부끄러워 못벗겠오."
"에라 이 계집아! 안 될 말이로다. 어서 벗어라, 어서 벗어라!"
만첩청산 늙은 범이 살진 암캐 물어다 놓고 이는 빠져 먹던 못하고 흐르렁 흐르렁 어루는듯, 북해상의 황용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에 넘노는듯, 도련님 급한 마음 와락 달려들어 춘향의 가는 허리를 후리쳐 안고 저고리 풀며 바지 버선 다 벗겨 놓았더니, 춘향이 못 이기여 이마 전에도 구슬땀이 송실송실,
"애고, 잡성스러워라."
"네가 뉘 간장을 녹이려고 이리 곱게 생겼느냐? 여봐라 춘향아. 이리 와 업히여라."
옷을 벗은 계집 아이라 어쩔 줄을 몰라 붓그러워 못 견디는 아희를업고 못 할 소리가 없다.
"애고 춘향아, 네가 내 등에 업혔으니 네 마음이 어떠하냐?"
"한정 없이 좋소."
"여봐라, 내가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할 터이니 네가 대답을 하려느냐?"
"좋은 말씀 하량이면 대답 못할 것 없소."
"사랑이로구나. 사랑이야. 어화 둥둥 내 사랑이야. 네가 금인냐?"
"금이라니 당치 않소. 옛날 초한적에 진평이가 범아부를 잡으려고 황금 사만을 흩었으니 금이 어이 있으릿가?"
"그러면 네가 무엇인냐? 내 사랑 네가 내 사랑이지. 그러면 네가 옥인야?"
"옥이라니 당치 않소. 만고 영웅 진시황이 영산의 옥을 얻어 이사의 명필로 수명우천기수영창이라 옥새를 만들어서 만세유전을 하였으니 옥이 어이 되오릿가?"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네가 해당화냐?"
"해당화라니 당치 않소. 명사십

리 아니여든 해당화가 되오릿가?"
"에라, 이 계집아이. 안 될 말이다. 내 사랑 내 사랑이제.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네가 반달이냐?"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금야 초상이 아니여든 반달이라니 당치 않소."
"네가 무엇이냐? 내 사랑 내 간간아. 네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생률 숙률을 먹으랴느냐?"
"그것도 내 아니 먹을나요."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둥글 수박 웃봉지를 뚝 떼고 강릉 백청을 가득 부어 붉은 점을 먹으랴느냐?"
"아니 그것도 내사 싫소."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돝 잡아 주랴? 개 잡아 주랴? 내 몸 통채로 먹으랴느냐?"
"도련님 내가 사람 잡아 먹는 것 보았오."
"에이 계집아야. 안 될 말이다. 어화 둥둥 내 사랑이제. 이애 무겁다 그만 내리렴. 여봐라 춘향아 백사만사가 다 품아시가 있나니라. 나도 너를 업었으니 너도 나를 업어야지."
"애고 여보 도련님은 기운 세어서 업었거니와 나는 기운 없어 못 업겠소."
"나도 너를 업고 좋은 말을 하였으니, 너도 나를 업고 좋은 말 하여라."
"그러면 업히시요. 좋은 말 하오리다."
하올 적에,
"둥둥 좋을시고, 진사급제를 업은듯, 동부승지를 업은듯, 팔도감사를 업은듯, 삼정승을 업은듯, 여상이를 업은듯, 부열이를 업은듯, 보국관서를 업은듯, 외삼천내 팔백주석 OOO 내 서방이제. 내 서방. 이리 보와도 내 서방. 저리 보와도 내 서방, 알뜰 간간 내 서방이제."
"사랑 노래 다 버리고 탈 승짜 노래 들어보소. 타고 놀자, 타고 놀자. 헌원씨 시용간과하야 능작태 무찌르고 탁녹야사로 잡어 지남거 빗겨 타고 남원천

구경할 제 이적선 고래 타고, 안기생 나귀 타고 일모장강 어옹들은 일엽선 돋워 타고 만경창파 어기야 어기양 하며 떠나간다. 나는 탈 것 바이 없어 춘향배 잡아 타고 탈 승짜로만 둥둥둥 놀아보자."
밤낮으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이 지경으로 놀아나니 형용이 온전하리 .
홍진비래는 고진감래로다.
이때에 사또 도련님을 찾으니 방자놈 급히 나와 도련님 전 문안 후에
"여보 도련님. 사또께옵서 꾸중 났오!"
도련님 놀래여,
"여봐라 춘향아 내 잠간 다녀오마."
정신없이 들어가 사또전 문안하니 사또 보시고 전과 달라 몰라 보게 생겼는지라. 사또 대로하사,
"근래 어디를 갔더니?"
"글 흥이 과도하와 각처 경개를 구경차로 다녔나이다."
사또 더욱 진로하사,
"경개 구경하면 무엇하니?"
도련님이 여쭈오되,
"자고로 문장이 산수에 놀았기로 고인을 사모하였나이다."
"잔말 말고 내일 내직 내행 모시고 올라가거라! 서울서 동부승지 유지 내려왔다."
도련님 기가 막혀 먼 산 바라보며 하염없는 눈물이 옥면에 가득한 지라. 사또 대로하사,
"이자식 부형이 말하는데 왜 우느니?"
"총망중에 깜짝 놀래어 눈물이 자연 울지 아니하여도 흐르나이다."
사또 어이 없어,
"허, 그 자식 내가 남원을 일생 살듯하였더냐?"
도련님이 부교를 거역지 못하여 책실로 돌아와 곰곰 생각하니, 만사에 뜻이 없고 가슴이 답답하여 눈물을 걷우고 대부인전에 들어가서 무심하고 눈물만 흘려노니 대부인이 보시고,
"아가 웬 일이냐? 아

버지께셔 꾸중하시더냐?"
"아니지요. 데려갈 것 있소."
"무엇을 데려 갈난야?"
대부인이 눈치 채고 대로하사 꾸중하시니 도련님이 두 말도 못하고 춘향한테 이별차로 나오면서 생각하되 데려갈 길 바이 없어 춘향의 집 들어가 앉으며 울음을 정신 없이 울거늘,
이때 춘향이 도련님 채우려고 금낭에 수 놓다가 놀래어 물으니 아무말도 못하거늘, 춘향이 도련님 거동 보고,
"어인 일잇가? 이러한 경사에 과도이 싫어 마옵소서."
위로하니 도련님 하는 말이,
"내 경사를 놀람이 아니라 그러한 일이 있도다."
하니 춘향이 대왈,
"무슨 일이 있나잇가?"
이도령 탄식 왈,
"너를 두고 갈 터이니 그런한 연고로다."
춘향이 이 말 듣고 안색을 졸변하여 왈,
"당초에 우리 만나 맹약을 어떻게 하였슴나? 못함나니 가망 없고 무가내제. 날 죽이고 가지 살리고는 못 가오리."
이도령 하릴 없어 춘향을 달랜 후에 책방에 돌아와 동원에 들어가 사또께 뵈온데 사또 말씀하되,
"급히 내행을 모셔 치행을 바삐 하라!"
이도령이 말씀 듣고 내행 모셔 오리정으로 나가니라.
이때 춘향이 이별주 차릴새 풋고추 저리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환 소주 꿀물 타서 상단에게 들이고 세대삿갓 숙여 쓰고 오리정으로 나가 이도령을 기다릴새, 이때 이도령 나와 춘향과 이별할 제, 이별이야, 이별이야, 청강의 원앙새 놀다 떠나간듯하고 광풍의 날린 봉접 가다가 돌치난듯 석양은 재를 넘고 정마는 슬피울 제 나삼을 부여잡고 한숨질 눈물지니, 이도령 이른 말이,
"그린 사랑 한테 만나 이별 말자, 백년 기약 죽지

말자, 한테 있어 잊지 말자, 처음 맹세 일조에 이별할 줄 어이 알리."
춘향이 거동보소. 아미를 나직하고 옥같은 두 귀 밑에 진주 같은 눈물을 흘리면서 이별주 가득 부어 이도령님께 권하면서,
"첫째 잔은 인사주요 둘째 잔은 근원주요 셋째 잔은 이별주오니 부디부디 백년언약 잊지 마오."
이도령 이른 말이,
"오냐 춘향아 부디 잘 있거라."
춘향이 여짜오되,
"도련님 경성에 올라가셔 절대가인 미색들과 영웅호걸 문장들 데리고 밤이면 가무하고 낮이면 풍악할 제 날같은 천첩이야 손톱 만치나 생각할가? 날만 날만 데려가오! 우리 둘이 만날 적에 일월로 본중 삼고 산천으로 증인 삼어 떠나가지 말잤더니 간단 말이 웬 말이요. 죽어 영이볕은 남대로 하려니와 살어 생이별은 생초목에 불이 붙네. 날만 날만 테려가오! 쌍교는 금법이요 독교는 내가 싫소. 어리렁 청청 걷는 말게 반부담 정이 지어 날 데려가오!"
이도령 이른 말이,
"울지 말고 잘 있거라. 네 울음 한 소리에 이 내 일촌간장 다 녹는다. 내 너 데려 갈 줄을 모르랴마는 양반의 자식이 하방에 천첩하면 문호에 욕이 되고 사당 참례 못하기로 못 데려 가나니 부디 부디 좋이 있거라. 어린아히 너무 울면 목도 쉬고 눈 붓어라. 울지 말고 좋이 있거라. 수이 다녀오마."
이러틋이 이별할 제, 방자놈 거동 보소. 와당 퉁탕 바삐 와서,
"아나 이얘 춘향아! 이별이라 하는 것이 도련님 부디 편이 가오. 오냐 춘향 네 잘 있거라. 이것이 어째 날이 기울도록 이별이란 말이 되단 말가? 단삼 초에 사또 알으시면 도련님 꾸중 듣고 나는 곤장 맞고 너의 늙은 어미 형문 맞고 귀양 가면 네게 유익하리오? 아서라 울지 말고 잘 있어라."
하며 나귀를 채 쳐 몰아 이

모롱이 지내여 저 모롱이 지내여 박석티 를 넘어서니 요만큼 보이다가 저만큼 보이다가 밤지내를 지내어 가뭇없이 올라가니, 춘향이 할 일 없어 잔디를 와드득 와드득 쥐여 뜯으며 울 제, 춘향어미 거동 보소.
"업다, 이년아. 우리는 너만때 행차의로 이별을 여러번 하였으되 저대지 하여본 일 얼다."
하니, 춘향이 대답지 아니하고 할수 없어 상단이 데리고 집에 돌아와 그날부터 단장을 전폐하고 독수공방 홀로 앉어 이별시를 지어 벽상에 걸었으니, 그 시에 하였으되,
"복의 군신 이별 호지의 모자 이별 역로의 형제 이별 운수의 붕우 이별 이별마다 섧건마는 님 이별 같을소냐? 녀자몸 생길 제 이별조차 타고 난가? 이별이야 이별이야!"
이매 사또 났으되, 자학골 막바지 변학도라 하는 양반이 있으되 성정이 혹독하여 음정이라 하면 범연치 아니 하더니, 이때 남원부가 색향이단 말 듣고 염문하여 춘향의 어진 이름 반겨 듣고 마음을 진정치 못하던 차에 남원부 하인이 현신하거늘 사또 이방 불러 분부하되,
"네 고을에 양이가 있단 말이 옳으냐?"
이방이 여짜오되,
"소인 고을에 남창에 염소 있고 한량 못된 잘양도 있삽고 고양이도 있삽나이다."
하니, 사또 대로 왈,
"그 양 말고 사람 양이 없느냐?"
이방이 다시 알외되,
"소인 골에 안양이란 기생도 있삽고 난양이란 기생도 있삽나이다."
사또 더욱 대로하여,
"네 고을에 일정 양이란 기생이 그 뿐인다?"
이방이 알외되,
"월매 딸 춘향이란 기생 있으되 구관사또 자제 이도령님과 백년언약 맺어 수절하나이다."
사또 춘향이란 말을 듣고 내심에 대희하여 하는 말이,

"어허, 그러하면 춘향이 평안히 계신냐?"
이방이 알외되,
"무고히 있나이다."
"그러하면 이제 치행차려 명일에 득달 못할가?"
이방 알외되,
"천리마 있으면 금일내 득달하려니와 천리마 없아오니 대죄하나이다."
"그러하면 행차를 급히 차리라."
이방이 청령하고 차릴 적에 구름같은 별연 독교 좌우 청장 놉히 괴고 일산 우산은 일광을 가리웠고 남대문 밖 썩 나셔 칠패 팔패 배다리 건네어 저룬 궁중 진정마 권마성이 서뚜하다. 하인 호사 보소. 이방 수배 감상 공방은 한산 모시 청직령에 걸는단을 좋은 말게 가진 부담 지어 타고, 통인 한쌍 호사 보소. 성천주 부산 배자 체도 있게 지어 입고 유문 항나 허리띠에 왜청 우단 도리 낭자 당팔사 가진 매듭 맵씨 있게 뀌어 차고, 갑사 쾌자 남전대 띠를 띠고 착전립이 새가 난다. 도군로 호사 보소. 산수 털벙거지 남일광 안을 바쳐 갑사 갓끈 달아 쓰고, 은색 수주 누비 돌지 양색단 등거리 남색 수건을 옳게 달아 어깨 위에 펄렁펄렁, 소리 좋은 왕방울은 걸음을 따라 얼그렁 덜그렁, 도사령 거동 보소. 홍철릭에 홍광단 띠를 띠고 치같은 공작이를 요동치 않게 달아 쓰고 일산 밑에 갈라서서 호기 있게 내려온다.
감영에 들어와 객사에 연명하고 영문에 잠간 다녀 이 날 오수에 숙소하고 도임차로 육방관속 차례로 시위하고 사십명 기생은 채의단장 착전립에 쌍쌍이 말을 타고 전후좌우로 시위하고 군악사령 긴 소래 반공에 놉히 난다.
"하마포대 포수 방포 일성하라."
"에이!"
"퉁텡!"
사또는 백성에게 무섭게 하느라고 눈을 둥글둥글, 객사에 연명하고 동헌에 좌기한 삼일 후에 육방하인 점고 받고,
"기생점고 바삐 하라!"

호장이 기생안 책 펴어놓고 호명을 부르는데,
"우후동산명월이"
들어을 제 자주 당혜 끌면서 얌전하게 들어오더니 공수하고,
"나오."
"남산 봉황이 죽심을 물고 벽오동에 길드리니 산수지영의 백청지장이라. 기불탁수 굳은 절개 만수문전의 채봉이."
"나오."
채봉이가 들어오는데 홍상 자락을 걷어다가 세류흉당에 딱 붙이고 아장아장 이죽거려 가만가만 들어오더터 점고 맞고 좌우진퇴로 나아 간다.
사또 보시더니,
"여봐라, 조사 부르라!"
호장이 분부 듣고 넉자 화두로 부른다.
"운담풍경은 근오천에 양유편금의 앵앵이."
"예. 등대하왔소."
"죽실찾는 저 봉황 소상강변 날아드니 훨훨 헛쳐 중엽이"
"예. 등대하왔소."
"송하의 저 동자 묻노라 선생 소식, 수십 청산의 운심이."
"예. 등대하왔소."
"월중의 놉히 올라 계화를 꺾어내니 애절이.
"예. 등대하왔소."
"차문주가 하처재오. 목동요지 행화."
"예. 등대하왔소."
"아미산 월반륜추에 영입평강 강선이."
"예. 등대하왔소."
"오동 복판 거문고,타고나니 탄금이."
"예. 등대하왔소."
"팔월부용 군자용 만당추수 홍연이."
"예. 등대하왔소."
"주홍당사 갖은 매듭 차고 나니 금낭이."
"예. 등대하왔소."
"이 산 명월 저 산 명월, 양산 명월이 다 들어왔느냐?

"
"예. 등대하왔소."
사또 다시 분부하되,
"한참에 근 이십명씩 불러라!"
호장 분부 듣고, 자주 부르는데,
"양대선이 , 월중선이."
"예, 등대하왔소."
"금선이, 금옥이, 금연이.
"예. 등대하왔소."
"농옥이, 난옥이, 홍옥이."
"예, 등대왔소."
사또 분부하되,
"기생점고 다하여도 춘향이 어이 없단 말이냐?"
호장이 여짜오되,
"구관사또 자제와 백년기약 맺어 수절하여 있삽내다."
사또 진노하여,
"제가 수절하면 우리 마루라는 기절할가? 이제 바삐 부르라!"
방울이 덜넝 사령이,
"예, 춘향을 바삐 부르라!"
사령놈 하는 말이,
"걸리었다. 걸리었다. 춘향이가 걸리었다. 조을시고 조을시고 양반 서방 얻었노라 하고 도고함도 도고하고 도량터니."
춘향이 벌써 저 잡으러 온 줄 알고 문을 열고 내다라, 김번수며 이번수의 손을 잡고,
"이리 오소. 이리 오소. 이번 신연 길에 노독이나 아니 나 계신가? 도련님 서간 한장도 아니 오던가?"
방으로 드려 앉히고 주찬으로 대접하고 온 연고를 물은데,
"신관사또 분부 모시고 너를 잡으러 왔으되 너를 보니 잡아갈 길 전혀 없다."
한데, 춘향이 궤를 열고 돈 닷냥을 내어주며 왈,
"가다가 한 때 주채나 하고 가소."
사령등이 술을 취케 먹고 돈 받아 요하에 차고 주정하며 하는 말이,

"너의 죄는 우리가 당하마. 곤장에 다갈 박아 치며 태장에 바늘 박아 치랴."
하고, 들어가 알외되,
"춘향 잡으러 갔던 사령이옵더니 알외나이다. 춘향을 잡으러 갔삽더니 어제 죽어 그저께 초빈하였삽더이다."
또 한놈 알외라 호령하니, 또 한 놈이 다시 알외되,
"춘향이 집에 가니 춘향이 돈 닷냥과 술을 많이 주옵기로 먹삽고 참아 잡아오지 못하와 그저 오다가 그 돈으로 술 사 먹고 재전이 다만 양 두돈 오푼이오니 이놈이나 사또 쓰시고 소인의 택으로 그만저만 마옵소서."
사또 대노하여,
"저놈들을 일변 질욕하옥하고 춘향을 바삐 잡아 대령하라!"
호령한데, 청령사령 거동 보소. 썩 내달아,
"춘향아 바삐 가자서라."
춘향 할 수 없어 수절하던 그 태도로 들어가 청령하니, 사또 춘향을 보고 바삐 오르라 하신데 춘향이 대답하여 알외되,
"무슨 분부온지 알어지이다?"
"네 무슨 잔말하느냐! 어서 바삐 오르거라!"
춘향이 올라가 앉으니 책방의 목낭청을 부르니 낭청이 들어와 앉거늘 사또 이른 말이,
"자네 알거니와 평양감영 갔을 제 저러한 어여쁜 아희 보고 한 손에 돈 두 푼도 주었제? 그 아희 매우 어여쁘제?"
낭청이 대답하되,
"그 아희 어여뿐이다."
"저 아희 일식이제?"
낭청이 대답하되,
"제 일색이요."
"자네 왜 나의 하는대로 하는가?"
"예, 나의 하는대로 하옵니다."
"어, 그것 고이한 것이로고!"
낭청 대답하되,
"어, 그것 고이

한 것이로고!"
"이것이 무엇이니?"
"어, 이것이 무엇이니?"
사또 대노하여,
"이제로 올라가라?"
하고, 춘향다려 분부하여 이른 말이,
"몸 단장 정히 하고 오늘부터 수청하라! 수청하거드면 관청고이 네 반찬이 될 것이요, 관수미가 네 곳집이 될 것이요, 관고돈이 다 네 돈이 될 것이니 잔말 말고 수청들라!"
춘향이 여짜오되,
"충불사이군이요 열불경이부절을 본받고자 하옵거늘 분부 시행 못하겠소." "잔말 말고 수청하라!"
춘향이 아뢰되,
"죽으면 죽사와도 분부 시행 못하겠나이다."
"제 무슨 잔말 하는고? 이제 바삐 수청들라!"
춘향이 아뢰되,
"사또님은 세상이 변하오면 두 무릎을 꿇어 두 임금을 섬기려 하시나이까?"
사또 이 말을 듣더니 목이 메여 낭청다려 이른 말이,
"저년이 날더러 욕하였제?"
"예, 그년이 사또다려 역적이라 하옵니다."
사또 대노하여,
"이년 급히 잡아내리라!"
좌우 통인이 춘향을 차 내리치니 뜰 아래 급창이며 사령등이 벌떼같이 달려들어 춘향의 감태 같은 채머리를 선전 시전의 연실 감듯 사월 파일 등대 감듯 뱃사공의 닷줄 감듯 휘휘친친 감어 잡고 넓은 대뜰 아래 동댕이 쳐내리니 김번수 이번수며 오른 어깨를 빼어들고, 일분 사정 두는 동관이면 박살시키리라 약속을 하고 춘향을 동틀에 빗겨 매고, 사정이 거동 보라. 태장이며 곤장이며 능장이며 형장 한 아름을 동틀 밑에 좌르륵 펼쳐 놓고 팔을 빼여 형장을 고른다. 이놈도 잡고 능청 능청, 저놈도 잡고 능청능청. 그 중에 등심 좋고 잘 부러지는놈 골라 잡

고 저만큼 물러갔다가 도로 왈칵 달려들어, 사또 보는데는 윗 령이 지엄키로,
"이년 꼼짝 말라!"
사또 아니 보는데는 속말로 말하기를,
"여봐라 춘향아, 어쩔 수가 없구나. 요 다리는 요리 틀고, 저 다리는 저리 틀어라."
"매우 때려!"
"잇! 때리요."
첫째 낱을 딱 붙이니 부러진 형장 가지는 공중에 빙빙 솟아 상방 대뜰 밑에 떨허지고 춘향이는 아무쪼록 아픈 것을 참으랴고 고개만 빙빙 두르면서
"애고, 이 지경이 웬일이요."
개개이 고찰하는 게 십창가가 되었구나!
"일부종사 하올년이 일심으로 굳었으니 일력으로 하오릿가?"
둘째 낱을 딱 붙이니,
"불경이부 이내 심사 이 매 맞고 죽인대도 이도령은 못 잊겠소!"
셋째 낱을 딱 붙이니,
"삼종지도 지중한 법 삼강오륜 알었으니 삼치형문 정배하여도 분부 시행 못하겠소!"
넷째 낱을 딱 붙이니,
"사대부 사또님은 사기사를 모르시요? 사지를 갈라내어 사대문에 회시하여도 사부집 도련님은 못 있겠소!"
다섯째 낱 딱 붙이니,
"오매불망 우리 사랑 오늘이나 소식 올가 내일이나 기별 올가?"
여섯 일곱 딱 붙이니,
"육시하여 쓸데 있소. 칠척검 드는 칼로 동동 장그르지 형장으로 칠 것 있소?"
여덟째 낱 딱 붙이니,
"팔도방백 수령님께 치민하러 내려왔지 학정하러 내려왔소?"
아홉째 낱 딱 붙이니,
"구곡간장 흐르는 눈물 구천에 사모치니 죽인대도 쓸데 없소!"
열째 낱 딱 붙이

니,
"십실부로도 충열이 있삽거든 고금 허다 창기 중에 열녀 하나 없으릿가?"
열 치고 짐작할가? 열다섯 딱 붙이니,
"십오야 밝은 달은 떼구름에 묻혔는듯."
스물 치고 짐작할가? 스물다섯 딱 붙이니,
"이십오현탄야월에 불승청원객비래라."
삼십도에 맹장하니 옥 같은 두 다리에서 유수 같이 나는 피는 두 다리에 어리었네.
춘향이 점점 포악하되,
"소녀를 이리 말고 살지능지하여 아주 박살 시켜주면 초혼조 넋이 되어 적막공산 달 밟은 밤에 도련님 계신 곳에 나아가 파몽이나 하여이다!"
말 못하고 기절하니 엎드렸던 형방도 눈물 지고, 매질하던 집장사령도 혀를 끌끌.
"사람의 자식은 못보겠다.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 모지도다! 저것을 때리면 땅이나 치제. 저것 몸에 매질 하다니.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사또 모지도다!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사람은 차마 못 보겠네!"
사또 그저 분이 남아,
"네 그년 항쇄 족쇄하고 칼머리에 인봉하여 엄수옥중하라!"
하니, 사령이 분부 뫼와 춘향을 등에 업고 삼문 밖 나을 때, 춘향이 통곡하여 이른 말이,
"국곡투식하였던가 엄형중장 무슨 일이며, 살인죄인 아니여든 항쇄 족쇄 엄수옥중 무슨 일고?"
통곡할 제,
이때 남원 기생들이 춘향이 매 맞고 죽게 되었단 말을 듣고 낄끼리 동무지어 이름 불러 나오는데,
"애고 형님!"
"애고 동생!"
"춘향아!"
조그마찬 동기는,
"애고 선생님! 청가묘무를 뉘한테 배우릿가?"

한참 이리 할 제, 어떤 기생 하나 춤추며 나오는데,
"얼시구 절시구 조을시구!"
여러 기생들이 듣더니,
"저년 미쳤구나! 춘향은 매를 맞고 죽게 되었는데 너는 무슨 혐의 있어 춤을 추고 즐기느냐?"
"형님네 들어보소. 해서기생 농선이는 동설령에 죽어 있고, 평양기생 월선이는 소섭의 목을 베어 김장군께 드리고 천추혈식하였고, 진주 기생 논개는 왜장의 목을 안고 남강에 멀어졌기로 천추에 행사하였으니, 우리 남원도 형판감이 생겼구나!"
한참 이리하더니 와락 달려들어 춘향의 목을 안고,
"애고, 서울집아! 불상하여라!"
춘량어미 달려들어,
"이게 웬일이냐? 장청의 집사네 질청의 이방님네, 내 딸이 무슨 죄로 이리 죽게 때렸다뇨? 칠십당년 늙은 것이 의지없이 되었구나! 여바라 상단아! 삼문 밖에 급히 나가 삯군 둘만 사오라! 서을 쌍급주 보낼란다."
춘향이 혼미중에 급주 보낸단 말을 듣고,
"앗소! 어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요? 만일 급주가 서울 올라가서 도련님이 알고보시면 층층시하에 어쩔 수 없어 심사 울적하여 병이 되면 근들 아니 훼절이요? 그런 말씀 말으시고 옥으로 가사이다."
이때 남원 한량 거숙이 무숙이 평숙이 진숙이 여숙이 부숙이 차문주가 하올 적에 춘향이 중장하고 나옴을 보고 깜짝 놀래 달려들어 춘향손 덥썩 잡고,
"업다! 이애, 정신 차려 진정하라. 동변을 들여라! 소합환을 들여라! 청심환을 들여라!"
무숙이 썩 내다라,
"내 줌치에 있던이라."
"그러면 주어내소."
청심환 한 줌 주어내니 토끼똥이 분명하다. 거숙이 썩 내다라,
"내 줌치에

수하반 있던이라."
하고,
"강즙에 급히 먹이라!"
하고, 춘향 불러,
"정신 차려 진졍하라!"
평숙이는 칼머리 들고 진숙이는 부축하여 옥중으로 들어가서 옥방을 점화하여 뉘어 놓고 위로할 제, 춘향이 정신차려 통곡하여 우는 말이 ,
"송백같은 굳은 절개 추호도 범할소냐."
옥방 형상 볼작시면, 무너진 헌 벽이며 부셔진 죽창문에 살 쏘나니 바람이요 헌자리 벼룩 빈대 만신을 침노하고, 흩어진 머리카락은 이리 저리 산발하고 수절 정절 절대가인 참혹케 되었구나! 문채 좋은 형산 백옥 진토중에 묻혔는듯, 향기 좋은 산삼초가 잡풀 속에 섞였는듯, 오동 속에 노는 봉황 형극 속에 길드린듯, 이렇듯이 울을 적에,
"자고로 성현네도 무죄이 국겼으니 요순우탕 임금네 걸주의 포악으로 함진옥에 갇혔더니 도로 내어 성군 되고, 명덕치민 주문왕도 상주의 음학 유리옥에 갇혔더니 도로 내어 성군 되고, 만포성인 공부자도 양호의 얼을 입어 관야의 갇혔더니 도로 내어 대성되시니, 이런 일로 볼작시면 무죄한 이 내 목숨 살아나서 세상 구경 다시할가? 갑갑하고 원통하다! 내 살릴 이 뉘 있은가? 우리 서방 이도령님 처음 언약 맺을 적에 날 주던 석경 빛은 변치 아니 하였건마는 사오년이 지내가도 소식이 돈절하니 보고지고 보고지고. 어찌 그리 못보는고? 아주 잊고 못보는가? 춘수만사택하니 물이 깊어 못오던가? 하운은 다기봉하니 산이 높아 못오던가? 독조한강설하니 눈이 막혀 못오던가? 만경에 인족멸하니 종적을 몰라 못오던가? 노중에 노무궁하니 길이 멀어 못오던가? 금강산 상상봉이 평지 되거든 오려신가? 병풍에 그린 황계 두 날개를 툭툭 치며 자시말 축시초에 날 새려고 괴꼬요 울거든 오려신가? 오늘이나 소식올가? 내일이나 기별올가? 그린 제도 오래거니와 이렇듯이 죽어갈 제 벼슬길로 내려와서 죽을 나

를 살여놓고 나의 설치 하련만은 소식 조차 돈절하고 종적이 끊켰으니 죽을 밖엔 할 수 없네. 밥 못 먹고 잠 못 자니 몇날 며칠을 살드란 말이냐 ! 애고 애고 내 일이야!"
비몽사몽간에 호접이 장주 되고 장주가 호접되어 세류같이 남은 혼백 바람인듯 구름인듯 한 곳을 당도하니 천공지활하고 삼영수레하니 은은한 죽림 속에 일진화각이 반공에 잠겼더라.
대체 귀신 다니는 법은 대풍여기하고 승천입지하여 침상판시의 일장춘몽의 말이 강가로 가던가보더라. 아모덴 줄 모르고서 문 밖에 방황할 제 소복한 임 쌍등을 돋우어 들고 앞 길을 인도하거늘 뒤를 따라 들어가니 백옥 현판에 황금대자로 만고정렬 황능묘라 뚜렷이 새겼거늘 심신이 황홀하여 진정키 어렵더니, 당상에 백의한 두 부인이 옥수를 넌줏 들어 춘향을 청하거늘,
춘향이 사양하되,
"첩은 진세 친인이오니 어찌 황능묘를 오르릿가?"
부인이 기특이 여겨 재삼 청하거늘 춘향이 사양치 못하여 올라가니 부인이 기꺼하여 좌를 주어 앉힌 후에,
"네가 춘향이냐? 기특한 사람이로다. 조선이 비록 소국이나 예의 동방 기자유친이라 청누주색 번화장에 저런 절행 있단말가? 일전에 조회차로 요지연에 올라가니 네 말이 천상에 낭자키로 가리어 보고 싶은 마음 일시 참지 못하여 네 혼백을 만리외에 청하여 왔으니 정이에 심히 불안하다."
춘향이 이 말 듣고 공순히 일어나 두번 절하고 여짜오되,
"첩이 비록 무식하나 고서를 보아 일찍 죽어 존안을 뵈올까 하였더니 이렇듯 황능묘에 모시니 황공하고 비감하여이다."
상군 부인 하신 말씀,
"춘향아 네가 우리를 안다 하니 설운 말을 들어보라. 우리 순군 유우씨 남순수 하시다가 창오산에 붕하시니 속절없는 이 두 몸이 소상 대수풀 속에 비눈물 뿌리어 놓으니 가지마다 아롱아롱 잎잎이 원한이

라. 창오산 붕상수절이라야 죽상진규내가면이라. 천추에 깊은 한을 하소할 곳 없었더니 네 절행이 기특키로 너다려 말하노라. 송건기천년에 청백은 어느 때며 오현금 남풍시를 이제까지 전하더냐?"
이렇듯이 설이 울 제 저편의 어떤 부인 추추이 울고 나오면서,
"여봐라 춘향아! 너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하니 지주명월 음도성에 화선하던 농옥이다. 소사의 아내로서 태화산 이별 후 승용비거 한이 되어 옥소로 원을 풀 제 곡종비거부지처하여 산하벽도춘자개라."
이렇듯이 슬피 울 제 서편의 어떤 부인 추추이 울고 나오면서,
"여봐라 춘향아! 네가 우리를 모르리다. 우리는 뉜고 하니 석숭의 소애 녹주로다. 불칙한 초왕 윤이 누천갑자분여설하여 정시화비옥새시라. 낙화유사타루인 하여 두 사람이 비홍이라."
이렇듯이 설피 울 제 음풍이 대작하고 남기 소삽더니 촉불이 벌렁 벌렁, 무엇이 떨거렁 하더니 촉불 앞에 달려들거늘 춘향이 깜짝 놀래어 자세이 살펴보니 사람도 아니요 귀신도 아니요 불타진 나무 등치도 아닌데 의의한 가운데 대곡성이 낭자하며,
"어이 어이! 여봐라 춘향아! 네가 나를 모르리라. 나는 뉜고 하니 한고조 아내 척부인이로다. 우리 황제 용비후에 여후의 독한 솜씨 나의 수족 끊어내어 두 귀에다 불지르고 두 눈 빼어 음약 먹여 칙간 속에 넣더니 천추에 깊은 한을 어느 때나 풀어보랴? 어이 어이!"
이리 한참 울 제 상군부인 하시는 말씀,
"이곳이라 하는 데는 유명이 노수하고 행오자별하니 오래 유치 못할지라."
여동 불러 하직할새 동방 실솔성은 시르륵, 일장 호접은 펄펄, 춘향이 깜짝 놀래어 깨어보니 꿈이로구나! 옥의 창에 앵도화 털어지고 저 보던 거을 복판이 깨어져 보이고 문 위에 허신이 달려보이거늘,
"나 죽음 꿈이로구나!

허허."
탄식하고 누웠다가 저의 모친 불러 이른 말이,
"봉사 하나 청하여 주오. 해몽이나 하여보세,"
마침 외촌의 허봉사가 춘향 죽인단 말을 듣고 위문차로 들어오다 또랑을 건너뛰다가 자빠져 개똥을 짚어 놀래어 뿌리다가 담 돌에 부딛혀 엉겁결에 입에 무니 구린내가 남에 탄식코 하는 말이,
"명천이 사람을 낼 제 별로 후박이 없건마는 말 못하는 벙어리도 부모동거 친지만물을 보건마는 어찌 이내 신세 앞 뭇보는 맹인 되어 흑백장단을 모르는고."
옥중의 춘향이 봉사 지내감을 알고 사정이 불러 봉사를 청하니, 봉사 들어와 앉으며 하는 말이,
"내 네 소식을 듣고 벌써 한순이나 와서 볼 데 빈즉다사라 이제야 보니 무안토다."
발명하니 춘향이 대답하여 인사하되,
"요사이 봉사님 기체안녕하시니까? 나는 신수가 불길하여 이 고생이 웬 고생이니까?"
봉사왈,
"인명이 재천이라 간대로 죽으랴."
하고, 장처가 어떠하냐 하며, 내 만져보자 하고 손이 점점 깊이 오거늘 춘향이 깜짝 놀래어 하는 말이,
"애고, 봉사님. 웬일이요? 봉사님 내 부친 생시에 나를 가지고 서로 하시기를 내 딸, 내 딸이제 하시더니 부친은 일찍 돌아가시고 봉사님을 뵈오니 부친 뵈오나 다름 없나이다. 그러나 저러나 간밤 꿈 해몽이나 하여주오. 간밤 몽사가 여차여차 하오니 해몽하여 보옵소서."
봉사왈,
"네 무슨 꿈인다?"
춘향이 대답하되,
"단장하던 거을 한복판이 깨어져 보이고 옥창에 앵두화 떨어져 보이고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려 보이오니 그 아니 흉몽이니까?"
봉사 침음양구에 산통을 내어들고 흔들며 축사를 외우거늘 축

사에 왈,
"천하언재며 지하언재시리요. 고진숙응하나니 감이순통하사 금우태세 모년모월모일 남원 천변리 거하는 임자 생신 열녀 성춘향이 엄수 옥중하였으니 경거하는 이가 양반을 어느 때에 만나보며 하일 하시에 방사옥중하오며 몽사 길흉 여부를 상지하니 복걸실명 소시하옵고 감이순통하소서."
점을 다한 후에 눈을 희번덕이며 글 두 귀를 지었으되,
"화락하니 능성실이요 파경하니 기무성가? 문상에 현우인하니 만인이 개앙시라."
이 글 뜻은 옥창에 앵두화 덜어져 뵈니 능히 열매 열 것이요, 거울이 깨져 뵈니 어찌 소리 없으며 문 위에 허수아비 달렸으니 일만 사람이 우러러볼 꿈이라."
"어허, 이 꿈 잘 꾸이었다! 쌍가마 탈 꿈이로다. 너의 서방 이도령이 지금 고추 같은 벼슬 띄고오니 내일 정녕 만나리라. 너는 과도히 설숴 말라. 때를 잠간 기다리라."
봉사 가며 일정 두고 보라더너, 마침 이때 까마귀 옥담에 앉아 가옥가옥 울거늘 춘향이 탄식 왈,
"여보 봉사님. 저 까마귀 날 잡아갈 까마귀 아니요?"
봉사 이른 말이,
"까마귀 출처를 들어보아라. 가옥가옥 하는 뜻은 가 자는 아름다울 가 자요 옥 자는 집 옥 자라 너의 집에 경사 있을 징조로다."
하고 간 연후에 춘향이 점서 벗겨놓고 오늘이나 소식 올가 내일이나 기별올가 바래더니.
이때 이도령님은 서울로 올라가서 춘향 상봉하자는 마음 구곡에 맺고 맺혀 사서삼경 백가어를 주야 읽고 쓰니 짝이 없는 명필이라.
국가에 대경사로 태평과를 보이실 제 서책을 품에 품고 장중에 들어가 좌우를 둘러보니 억조창생 허다 선비 일시에 숙배한다. 어악풍류 소리에 앵무새가 춤을 춘다. 대제학 택출하여 어제를 내리시니 도승지 모셔내어 홍장 위에 걸어놓으니 글제에 하였

으되, '춘당춘색고금동'이라 두렷이 걸었거늘, 이도령 글제를 살펴보니 평생 짓던 바라. 시지를 펼쳐 놓고 해제를 생각하여 왕희지 필법으로 조맹부 체를 받아 일필휘지 선장하니, 상시관시 글을 보시고 자자이 비점이요 귀귀이 관주로다. 상지상등을 휘장하여 금방에 이름 불러 어주로 사송하니 천고에 좋은 것이 급제 밖에 또 있는가?
삼일유가 한 연후에 전하께옵서 친히 불러보시고,
"네 재주는 조정에 드문지라."
도승지 입시하사 전라어사를 제수하시니 평생 소원이로다.
마패 하나 유척 일동 사모정 일벌 수의 일벌을 내주시니 전하께 하직하고 본댁으로 나아갈 제, 철관풍채는 심산맹호 같은지라.
집으로 돌아와 부모전에 뵈온 후에 선산에 소분하고 전라도로 내려올 제, 남대문 밖 썩나서 청파역에 말 잡아타고 칠패 괄패 배다리를 얼른 넘어 밥전거리를 지내어 동작강 얼른 건너 남태령을 바삐 넘어 과천에 숙소하고, 상튜천 하류천 대판교 떡전거리 진개울 죽산 자고 천안 김계역 말 갈아타고, 역졸에게 분부하고 금강을 얼른 건너 높은 한길 여기로다. 소개 널티 무덤이 경천 중화하고 노성 풋개 사다리 닥다리 황화정이 여산 숙소하고 서리 불러 분부하고 전라도 땅이로구나.
게서부턴 어사 모양 차릴 적에 철태없는 헌 파립 노 갓끈 달아쓰고 편자만 남은 헌 망건에 갓풀 관자 종이 당줄 두통나게 졸라 쓰고, 다 떨어져 깃만 남은 도포에 삼동이는 헌 복띠를 흉복통에 눌러 매고 뒤축 없는 헌 길목 그렁저렁 걸어 신고, 세살 부채 손에 들고 서리 역졸 불러 약속하고,
"너희는 이제로 발행하여 고산 진산 무주 용담 진안 장수 운봉으로 넘어, 아모달 아모날에 남원 읍내로 대령하라!"
중방 불러 분부하되,
"너는 이제 발행하여 김제 임피 금구 태인 고부 영광 나주 보성 순천 곡성으로 넘어, 아모달 아모날애 남

원 읍내로 대령하라."
은근이 분부하고,
어사또는 감영으로 들어을 제, 경기전 오목대 한벽누 구경하고 남천교 얼른 건너 반수역에 중화하고, 노구바위 임실 오수역에 숙소하고 생각하너, 춘향 얼굴 눈에 삼삼 귀에 쟁쟁하여 지팡막대 검쳐잡고 흐늘흐늘 내려갈 제,
이때 방농시절이라. 농부등 수십명이 술 밥 고기 많이 먹고 갖은 풍장 둘러 메고 멋이 있게 노는데,
"두리둥퉁퉁 꽹매꽹꽹, 어이여루 상사뒤오. 여보소 농부들아 내 말을 들어보소! 천리건곤 태평시에 도덕 높은 우리 성군 강구에 문동요라. 순임금의 버금일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두리둥퉁 쾡매쾡
어이여루 상사뒤오. 모지도다 모지도다! 우리 골 사또가 모지도다! 월삼동취 독한 형벌 몹시도 꽝꽝 때려서 거의 죽게 생겼으되 종시 훼절 아니하고 죽기로만 결단하니 그런 열녀 어디 있나?
어이여루 상사뒤오. 패랭이 꼭지에 계화를 꽃고 매우락기 춤이나 추어볼가?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투동퉁 쾡매쾡.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서마지기 논배미 반달만큼 남었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네가 무슨 반달이냐? 초승달이 반달이지.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은왕성탕 어진 임금 대한칠년 만났도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하우씨 어진 임금 구년지수 만났도다!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이 농사를 어서 지어 왕세국곡 하여보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여봐라 농부들아 농사 어서 지어 부모처자 보존하세. 어이여여루 상사뒤오."
이러할 때에 어사 거동 보소. 답두에 올라서며 하는 말이,
"어허 그 농부, 제 밥그릇에 똥 누었고?"
하고,
"저 농부네 말 좀 물어보세."
그 중에 젊은 농부 썩 나서며 어사의 멱살을 잡고,
"이놈

이놈! 고약한 놈이라."
할 때에 늙은 농부 곁에 서 있다가
"마소 마소! 그리 마소! 걸인 죽이면 살인 없나? 이보 이 양반 저보 저 양반, 무슨 말인지 날다려 하오."
줌치 썩 벌려 주먹에 쥐어내어 손바닥에 춤 탁 뱉어 뜻적뜻적 뜻적일 때 지간에 흐르는 춤을 이리저리 훔쳐 곰방대 쑥 잡어빼어 꾹꾹 뭉쳐 넣어 화로 불끈 잡아당겨 손 불쑥 넣어 이리 뒤적 저리 뒤적 곰방대 쑥 처넣어 두 볼따귀가 오목오목 빨어낼 제, 두 코궁기서 내가 홀홀 나며,
"어허, 그 담배 멋 있고!"
어사의 이른 말이,
"이 골 사또 정처 어떠한고?"
농부 대답하되,
"우리 사또 정처 어떠한 것 있소. 원님은 노망이요, 좌수는 주망이요, 아전은 도망이요, 백성은 원망이니 사망이 물밀듯하지요."
어사 다시 무르되,
"들으니 춘향이가 사또 수청들 시 분명한가?"
저 농부 대 골이 출하여 하는 말이,
"옥같은 춘향 몸에 누추한 말 어찌하나? 구관사또 자제 이도령인가 난정의 아들인가 춘향과 백년가약 맺었더니, 이도령 오기만 기다리고 독수공방 빈 방안에 수절하더니 신관사또 도임초에 급히 불러 수청하라 하니 수절이 정절이라. 수청 아니 든다 하고 무죄한 춘향을 옥 같은 두 다리에 독한 형문한 채 맹잘하여 항쇄 수쇄 금수옥중하여 명재경각 하였으니 그러한 선정지관원은 어디 있으랴?"
어사 농부를 하직하고 남원으로 행하더니, 이때 한 노구 술을 팔거늘 어사또 가즉이 앉아,
"여보게 주모, 이 골 춘향이가 열녀란 말이 옳은가?"
"애고 여보시요. 비단 열녀라 하리오만 죽은 제가 십여일이요."
어사 어이 없어,

"자네 그게 참말인가?"
"여보 내 말 들어보오. 일전에 남원 한량들이 춘향을 불상히 생각하여 빈소에다 주효를 많이 차려놓고 축문지어 이으기에 술 밥 고기 많이 얻어 먹었소."
어사 기가 막혀,
"여보게 춘향의 빈소를 가르치소."
노구 손을 들어 "저 건너 반송 밑에 새 빈소가 기요."
어사 급한 마음, 천방지축 건너가서,
"애고 춘향아! 이게 웬 일인야! 애고, 애고, 춘향아! 네가 이게 웬일이냐!"
한참 이리 야단할 제, 그 빈소가 옹생원의 빈소로다.
이때에 작은 옹생원이 빈소를 바라보니 어떠한 소년이 빈소 앞에 꺼꾸러져 방성대곡 섧이 울며,
"춘향아, 춘항아!"
부르며 울거늘, 집에 돌아와,
"형님. 엇던 사람이 어모님 빈소에서 우난이다."
"야야, 그게 외삼촌이다."
"모친 아명이 춘자 향자오닛가?"
"야야, 그러나 가보자."
상복을 떨쳐 입고 상장 막대 걸쳐 잡고, 어이 어이 울며 건너가니이때 어사 정신 없이 잔디를 와드득 쥐어 뜯으며,
"애고 애고, 내 사랑아!"
한참 이리 기절할 제, 옹상인이 사랑이란 말을 듣더니,
"어허, 이게 웬 놈이니."
상장 막대로 어사를 냅다 치니, 어사 깝짝 놀래어 돌아보니 어떤 상인이 섰거늘 정신 없이 일어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몇십리를 도망하여 생각한즉 허망하다.
그렁저렁 내려갈 제, 어떠한 아희놈이 신세자탄 하는 말이,
"어떤 사람은 팔자 좋아 대광보국 숭록태후 팔도방백 각읍수령 다 사는데 요내 신세 들어보소. 십세안에 양친을

조별하고 길품으로 나서 이관 십리를 못나와서 발가락이 아니 아픈 데 없이 다 아프네. 요 내 약한 이 다리로 몇날 며칠 걸어 서울 가며, 동지장야 긴긴밤에 몇 밤 자고 한양 가리? 조자룡의 용총마가 있거더면 이제 잠간 가련마는 애고 애고 설운지고. 육백여리를 언제 갈고?"
어사 마침 지내다가 그 아희 노래를 듣고,
"여봐라 이애, 어디 살며 어디틀 가는다?"
그 아희 대답하되,
"남원부 사옵더너 구관 사또 자제 이도령님이 춘향과 백년기약 맺고 가신 후에 소식이 돈절할 뿐 아니라, 춘향이 방장 형문 맞고 옥중에 갇힌 춘향이 편지 맡아 가는 길이요."
"이얘, 그 편지 이 다오. 네 나를 아니 만났으면 허행을 할 뻔하였다."
이 아희 그 말 듣고,
"그 어인 말씀이닛가?"
"네 말을 들어보아라. 이도령과 절친 터니라. 그 집이 탕패하여서 풍비낙산하고 가중이 다 비었나니라."
그 펀지를 떼어보니 하였으되,
"두어자 글을 도련님 좌하에 올리나이다. 복미심하절에 시중 기체후 일향만안하옵시며 복모구구 무림하성지지압. 전라도 남원 천변리 거하는 임자 생신 성춘향은 도련님 올라가신 후에 신관사또 내려와서 수청 아니든다 하고 형문 때려 항쇄 수쇄 족쇄하여 엄수옥중하여 거의 죽게 되었으니 도련님 내려와서 불상한 춘향을 살려주옵."
편지 끝에 하였으되,
"기세하시에 군별첩고. 작이동혈우동추라. 광풍반야 우여설하니 하위남원 옥중퇴라."
혈서로 하였는데 평사낙안 기러기격으로 그저 뚝뚝 찍은 것이 모두애고로다.
어사 보고 방성대곡 섧이 우니 저 아희 하는 말이,
"남의 편지를 보고 왜 우요?"
"엇다! 이얘

. 남의 편지라도 설운 사연을 보니 자연 눈물이 나는구나!"
"여보! 인정 있는 체하고 남의 편지 눈물 묻어 찢어지요. 그 편지 한장 값이 열닷냥이요. 편지값 물어내요."
"여봐라! 이도령이 내려오는데 내일 오시에 남원으로 날과 만나기로 언약하였으니 나를 따라가서 답장 맡아 가거라."
그 아희 곧이 아니 듣고 방색하며 서울이 저 건너로 알으시요?"
하거늘 어사 이상한 것을 뵈니, 저놈 보고 물러나며,
"그것 어디서 났소?"
"이놈 만일 천기 누설하였다는 성명을 보존 못하리라!"
아희를 하직하고 남원으로 내려올 제 박석티를 올라서서 좌우산천 둘러보니 산도 예 보던 산이요 물도 예 보던 물이라.
"광한루야 잘 있더냐? 오작교야 무사하냐? 객사청청유색신은 나귀 매고 놀던 데요, 양유청청 도수린은 우리 춘향 추천 매고 놀던 데라."
그렁저렁 춘향 문전 다다르니 들축 죽백 전나무는 단장 안에 홀로 서고 빗장전 누은 개는 기운 없이 조을가가 구면객을 몰라보고 꽝꽝짓고 내다르니
"요개야 짓지 마라, 주인 같은 손이로다!"
화정을 살펴보니 화간의 학두루미는 짝을 잃고 한마리 남은 것이 개에 물려 그러한지 부러진 날개 땅에 끌면서 난간 담을 넘으려고 한 발을 오그리고 자른 목 길게 빼여 낄룩 뚜루룩 징검징검 나오는 양을 어사또 보시더니,
"이면부지 하처거요. 도화의구소춘풍이라. 가이인혀여 부려조로다 만은 너의 주인 어디 가고 네가 나와 반기느냐?"
중문을 바라보니 내 손으로 쓴 글자가 충성 충자 완연터니 가운데 중자는 어디 가고 마음 심자만 남았는데, 광풍을 못 이기여 기운 없이펄렁펄렁 사람의 수심을 도와낸다.
그렁저렁 들어가니 내정은 적막한테

어더서 슬픈 소리 들리거늘 자상이 듣고보니 춘향어미 우는 소리라. 후원 정한 곳에 칠성단 정쇄케 하여 새 소반 새 사발에 정화수를 받쳐 놓고 애연히 비는 말이,
"비나이다! 비나이다! 남도 칠성님전의 비나이다! 사해용왕 제불 보살 화위동심하와 다 굽어보옵소서. 무남독녀로서 근근이 길러내어 어진 사람 도령님과 백년기약 깊이 맺어 영귀할가 바라더니 새 사또 도임초에 수청 아니 든다고 몹시도 꽝꽝 때리어 방재옥중하여 기지사경이오니 올라가신 도련님이 청운에 놉히 올라 전라도 감사, 전라어사나 양단간에 하여 내 딸 춘향이 살려주소!"
하더니 기절하는지라. 어사또 하는 말이,
"내가 우리 선영음덕으로 벼슬한 줄 알았더니 이제 와 보니 춘향어미 정성이로다! 춘향어미 게 있나?"
춘향어미 나오더니,
"게 뉘가 나를 찾는가?"
"이서방일시."
"이서방이라니? 옳치. 이풍헌 아들 이서방인가?"
"허허, 장모 망녕이로세. 나를 몰라 보나?"
"자네가 뉘긴고?"
"내가 누기여. 서울 이서방 준백이. 할미 사위 나를 몰라?"
춘향어미 이 말 듣고,
"이 게 웬 말인가?"
와락 뛰어 달려들어 어사의 목을 안고,
"애고, 이게 웬 말인가? 이서방이라니 하늘로서 떨어진가? 땅으로서 솟아난가? 바람결에 풍겨온가? 구름속에 숨겨온가? 고관대작 영귀로운가? 한번 올라가시더니 일장 소식 돈절한가? 이리 오소. 드러가세. 이 몹쓸 사람아!"
끌고 들어가 촛불 앞에 앉혀 놓고 자세히 살펴보니 간음이 홱 틀렸구나. 그만 환장을 하여서 후원으로 우루룩 가더니 축수하던 상을 제 담에다 부딪치며
"남토신령이

영타더니 기운이 무령하여 공든 탑이 무너지며 심은 남기 꺾어지네. 하나님은 어이하여 죽을 춘향 못 살리며 귀신은 어찌하여 죽을 너를 돌보지 못하는고? 무슨 죄가 대단하여 이리 죄가 지중한고? 애고 이제는 죽었구나! 불상코 가련타!"
어사또는 눅은 정으로 말을 하는데,
"여보소 장모. 나로 보아 참소. 내가 시장하여 못 배기겠네. 날 밥 좀 주소."
춘향어미 이 말 듣고 환장을 하는데,
"여봐라 향단아! 이 사람 모라내라. 울화나 나 죽겠다! 너로 하여 몇 사람이 죽는데 밥속만 꾸미느냐?"
이때 향단이 옥에 갔다 나오더니 저의 아씨 야단하는 소리에 가슴이 우둔우둔, 정신이 월렁월렁, 청처 없이 들어가서 가만이 살펴보니 전의 서방님이 와 계시구나. 하도 반가워 급한 마음 우루룩 들어가서
"향단이 문안이오. 대부인 기체후 일행만안 하옵시며 도련님께서도 멀고 먼 천리길에 평안이 행차하옵시요. 여보시요 아씨! 마오 그리 마오! 멀고 먼 친리길에 뉘로 하여 오셨건데 이 괄세가 웬 일이요? 만일 아기씨가 알으시면 지레 야단이 날 것이니 너무 괄세 마옵소서."
부엌으로 들어가서 먹던 밥에 절이김치 풋고추 단 간장에 냉수 가득 어서 들고 도련님전에 올리면서,
"더운 진지 할 동안에 시장하옵신데 우선 요기나 하옵소서."
사또 반가워서,
"밥아! 너 본 지 오래로구나!"
여러가지 것을 한데다가 모으더니 숟가락 댈 것 없이 손으로 뒤저서 한데로 모라치더니 가뭇없이 먹는지라. 춘향어미 보더니,
"얼시구! 밥 빌어먹기는 공성이 났구나!"
이때에 향단이는 외면하고 돌아서서 저의 아기씨 신세를 생각하고 크게 울진 못하고 칙칙 울며,

"어쩔거나요 어쩔거나요! 도덕 높은 우리 아기씨 어찌하여 살리시랴오! 어쩔거나요. 어쩔거나요!"
칙칙 울고 섰는 모양, 어사또 보시고 기가 막히어,
"봐라 향단아! 울지 마라 울지 마라! 너의 아씨 설마 살지 죽을소냐. 행실이 지극하면 사는 날 있느니라."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양반이라고. 대체 자네가 왜 저 모양인가?"
"어, 내 말 듣소. 서울로 올라간 바 벼슬 줄 떨어지고 사세가 말 못 되어 하는 수 있는가. 우리 아버지는 양주땅으로 학장질 가고, 우리 어머님은 친정으로 바느질 품파르려고 가고 본즉, 나는 갈 데 없어 춘향이나 찾아보고 전백이나 얻어 갈가 하고 내려와서 보니 내 일이 낭패로세. 그러나 춘향이나 좀 보세."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춘향이 생각나는감만. 춘향이 죽고 없네."
향단이 하는 말이,
"지금 문을 닫었으니 바라 치거든 가사이다."
이때에 바라를 뎅뎅 치는데 향단이는 잠을 아니 자고 있다가,
"애고 아씨, 바라 쳤나이다. 아기씨 한테 아니 가시랴오?"
"오냐. 가자. 등롱에 불 밟혀라!"
향단이는 미음상 들고 춘향어미는 등롱 들고 어사걸인은 뒤를 따라 옥문간에 당도하니 춘향어미 거동 보아라. 목장제비하여 실성발광하며 옥문을 꽝꽝 두드리며,
"춘향아, 춘향아!"
이때 춘향이는 아무런 줄 모르고서 비몽사몽간에 서방님이 오셨는데 머리는 금관이요 몸에는 홍삼이라. 식불감 침불안하여 상사일념에 목을 안고 만단정회 못다하여 부르던 소리에 깨다르니 붙들었던 님은 인홀불견 간 데 없고 칼머리만 붙들었네. 타기황앵 이 문 밖에 경첩 몽이 고이하다.
형장

맞아 죽은 귀신, 태장 맞아 죽은 귀신, 둘씩 셋씩 마주 서서 어이 어이!
이러틋이 야단할 제, 춘향이 기가 막혀,
"네 이 몹쓸 귀신들아! 네의 명으로 네 죽고, 내 명으로 나 죽는 데 너의 비명으로 나 죽을소냐. 엄급급여율영사파 휫쎄!"
진언 치고 앉았으니, 춘향어미 듣더니
"애고 저년, 어미를 보고 귀신으로 알고 진언을치는구나. 춘향아! 네 이 몹쓸년아!"
춘향이 모친인 줄 알소,
"애고 어머니!"
"오냐. 내다!"
"애고 어머니는 어찌 달 없는 그믐밤에 누를 보려고 예 왔소?"
"오냐. 왔다!"
"왔다니 누가 왔소? 날 볼 이가 없건만 게 누라 날 찾어? 기산영 수벌건곤에 소부허유 날 찾소? 양양강수 맑은 물에 고기 낚는 어옹들 술을 싣고 날 찾소? 형문 맞고 수년 옥중에 기운이 쇠진하여 촌보할 길 바이 없네. 누가 누가 찾어왔소?"
"너의 서방님이 왔다! 주야축수 바라더니 어찌 이 지경으로 되었구 나! 너 신세 내 팔자야 서럽고 분한 마음 어찌하여 애를 썩일거나."
춘향이 듣더니,
"이게 웬 말이요? 아까 꿈에 왔던 님이 생시에 왔다니!"
하도 반가워 급한 마음 와락 뛰어나오잔들 목에는 전모칼이요 수족에는 항쇄 족쇄 형문 맞은 다리, 장독이 나서 수족 놀틸 것이 전혀 없네. 만수비봉에 흩어진 머리 그렁저렁 집어얹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 간신히 나와서,
"애고 서방님 와 계시오?"
"오냐. 내 왔다!"
"애고, 말소리 들어보니 이전에 듣던 소리로구나! 여봐라 향단아! 등불 이리 대라! 서방님 얼굴이나 좀 보자. 애고, 올라 가실 때는

조그만 하시더니 헌헌 장부가 되었구나!"
한참 이리 하더니 아무말도 없는지라. 춘향어미 하는 말이,
"애고 저것들 보소. 이것들이 무슨 일을 내는구나! 여보소 이서방! 자네 어서 멀리 가소! 공연히 여담절각으로 살인 당하리."
춘향이 하는 말이,
"앗소!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오? 여보시오 서방님! 우리 모 하는 말은 속상하여 노망이오니 허물치 마르시고 나의 말 들어보소. 첩의 중심 원하기를 유정낭군 귀히 되어 이 설치 하여줄가 주야축수 바라더니 저러틋이 그릇되어 걸객으로 오셨으니 이도 다 내 팔자라. 한탄한들 쓸 데 있나. 여보시오 어머니. 이제는 하릴없이 십분구사 되었으니 하릴없소. 나 찌르던 금봉채 자개 함농 속에 넣었으니 시문에 내어다가 되는대로 팔아서 서방님 관망 의복 날 본듯이 하여주고, 나는 이미 죽거니와 어머니가 아무쪼록 시시로 공경을 착실히 받들어 천행으로 도련님이 귀히 되거드면 설마 괄세하오릿가? 여봐라 향단아! 너와 나와 정이 어떠하냐? 살아 둘이 부모님 봉양하잤더니 천명이 이뿐인지 나는 이미 죽거니와 너는 어찌던지 날 본듯이 봉양타가 우리 모친 백세후에 세상을 버렸를 때에 너의 인공 갚으리라."
어사또 하는 말이,
"여봐라 춘향아. 그게 다 남이 들으면 웃을 말이로다. 죽더라도 네 모친다려 날 불상이 여기게 당부나 좀 하여라."
"애고! 여보 서방님. 그런 말씀 말으시고 내 원대로 하여주오. 내일 본관의 생일이라 잔치 끝에 나를 죽인다 하니 부디 멀리 가지 말고 삼문 밖에 있다가 집장사령 춘향이 물고하거든 삯군인 체 달려들어 둘너 업고 우리 처음 만나 놀던 부용당의 적막하고 고요한 데 뉘어놓고 서방님 손수 감장하되 나의 혼백을 위로하여 입은 옷 벗기지 말고 그대로 따뜻한 양지에 편하게 묻어두었다가 서방님 귀이 되어 청운의 오르거든 잠시도 두지

말고 서울로 올려다가 구산 하에 묻어주되 무덤 앞게 비를 세워 비문에 '수절원사 춘향지묘'라 여덟자만 새겨주오! 부탁할 말 그뿐이요."
한숨 짓고 있는 양은 아무리 철석인들 아니 간장 녹으랴.
이때 어사 기가 막혀 동원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경각에 일이 나겠고."
춘향어미와 향단이 눈이 붓고 어사또 어찌 울었던지 눈이 붓고 목이 쉬어 사람의 정상을 못볼러라.
춘향어미 자탄을 하는데,
"칠십이 붙원한 것이 누구를 의지하여 살고? 자네 어디로 갈는가?"
"나 갈 데 없네. 자네 집으로 갈라네. 어디로 가든지 따라같 수 밖에 없네."
이때 어사 곰곰 생각하니, 절개 있는 계집이라 밤 일을 알 수 없어 단단이 부탁하되,
"여봐라 춘향아! 내가 서울서 네 소식 듣고 편지 맡아 순영문에 부쳤으니 내일 오시면 백방하리라. 그때는 우리 다시 만나 이 일을 옛 일 삼아 이별 없이 살고지고 부더 죽지 말고 명일 오시만 기다려라."
하고, 춘향집에 돌아와 전에 놀던 빈 방안에 전전반측 잠 못 이루어 삼사오경 겨우 지내, 계명성 난 현후에 평명이 되니 본관의 거동 보소.
생일 잔치 배설할 때, 구름같은 차일은 반공에 솟았는데 근읍 수령 모아들 제 청천의 구름 뫼듯 용문산 안개 뫼듯 차례로 들어올 제, 곡성 운봉 구례 광양 순창 담양 옥과 창평 구읍수령 좌우나졸 일등미색 각색풍류 들여놓고 풍악이 낭자한데 헌 갓 쓴 저 걸인이 문밖에 바장이며,
"여봐라 사령들아! 여쭈워라. 좋은 잔치 당하였으니 술 한잔 얻어 먹자구나."
나졸이 ,
"여보 이 양반!"
등을 밀어내니 걸인이 기둥을 떱석 안고 고함을 지르거늘 본판원님거동 보소. 범같

이 성을 내어,
"너 바삐 쫓아내라!"
저 걸인 거동 보소.
"술 한잔 주옵소서. 안주 한점 먹사이다."
만좌중에 운봉영장 출반하여 하는 말이,
"그 걸인이 의상은 남루하나 양반의 후예로다. 말석에 올려앉혀 술 한잔이나 대접하라!"
하니, 중계에 오르거늘 본관이 대질하되,
"운봉은 진찬하오. 저런 걸인 가까이 하면 숟가락 모도 잃는 법이니 맹랑한 짓 마오!"
어사 거동 보소. 두 무릎 정이 꿇고 좌우를 둘러보니 좌상의 모든 수령 취흥이 양양하여 갖은 옴식 다 먹으며 빡빡주 한잔에 콩나물 꼭대기 모 떨어긴 개상판에 흘염흘염 갖다 노니 어찌 아니 분할소냐. 연일 불식 굶은중 기갈이 자심이라. 눈을 궁그려보니 갈비 한대 먹고 싶어 부채로 운봉의 옆갈비를 꽉 찌르니 운봉이 혼이 나서,
"어허! 이 양반 웬 일이요?"
어사 이른 말이,
"갈비 한대 먹사이다."
운봉 하는 말이,
"달아도 잡수시요."
이렇듯이 진퇴할 제, 본관이 흥을 내어 운자를 부른다. 기름 고자 높을 고자 운이어늘 걸인이 이른 말이,
"걸인도 아희 적에 추구권이나 읽었더니 좋은 잔치 참예하여 주효를 포식하였으니 차운 한 수 하여이다."
운봉이 반겨 필연을 내어주니 좌중이 다 못하여서 글 한 수를 얼른 지어 운봉 주며 하는 말이,
"좋은 잔치에 와 주효틀 포식하고 가니 본관의 덕이로소이다."
하직고 간 연후에, 운봉이 펴 보니 그 서에 하였으되,
"금준미주는 천인혈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라. 촉누낙시에 민누낙이요 가성고처에 원성고라."

글 뜻은, 금동우 아름다운 술은 일천 사람의 피요, 옥소반 아름다운 안주는 일만 사람의 기름이라. 촛불 눈물 떨어질 때에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 노래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망이 높았더라.
이렇듯이 지어 놓으니 그 아니 명작인가. 운봉영장 글을 보고 속으로 읊으면서 어사 보고 글 보고, 글 보고 어사 보고 엄동설한 만난듯이 벌벌 떨며
"하관은 오늘 학질 차례로 부득이 가옵내다."
구례현감 눈치 채고 "하관은 기민 주러 가나이다."
이렁저렁 흩어질 제, 책방이 눈치 채고 삼방하인 수군수군, 여기서 수군 저기서 수군, 서리는 눈을 끔적, 청파 역졸 거동 봐라. 달 같은 마패를 해 같이 둘러매고 삼문을 냅다 치며,
"암행 어사 출도야!"
한번을 고함하니 강산이 무너지고, 두번을 고함하니 초목이 떠나는듯, 세번을 고함하니 남원이 우군우군,
"공형! 공형!"
"공형이 들어가오!"
등채로 휘닥딱
"애고 허리야!"
"공방! 공방!"
공방이 자리를 둘둘 말아 옆에 끼고,
"안할라요 하는 공방을 부득이 하라더니, 저 불 속에 어찌 들어가랴?"
등채로 휘닥딱.
"애고, 박 터졌네!"
좌수 별감 넋을 잃고, 이방 호장 정신 없어,
"네가 누구냐?"
운봉 곡성 겁을 내어 말을 거꾸로 타고, 삼색 나졸 넋을 잃어 어찌 할 줄 모르는데, 깨지나니 거문고요 딩구나니 북 장구라.
본관의 거동 보소. 칼 집 쥐고 오줌 누며, 탕건 잃고 요강 쓰며 갓 잃고 전립 쓰며, 인통 잃고 연상 들며,
"문 들어온다 바람 닫어라! 물

마르다 목 드리어라!"
관청색은 상을 읽고 문짝 이고 내다르니, 서리 역졸 달려들어
"후닥닥."
"애고 나 죽는다! 어찌하여야 이 불을 면할가?"
이때 어사또 분부하되,
"이 골은 대감이 좌정하시던 데라 사정이 없지 아니하니 헌화 금하고 객사로 자리 보전하라."
좌정후에 옥형이 불러 분부하되,
"네 골의 죄인이 몇이나 갇히였느냐?"
옥형이 알외되,
"다른 죄인 없사옵고 이 골 기생 춘향이 관가에게 포악하였기로 옥중에 있읍니다."
"바삐 부르라!"
분부가 나니 사정이 거동 보소. 옥문 열대 손에 들고 옥문 떨걱 열다리며,
"여바라 춘향아! 썩 나오거라! 수의사또 출도하사 너를 급히 올리라시니 어서 급히 나오너라!"
춘향이 기가 막혀,
"여봐라, 향단아! 서방님 어디 계신가 보라! 어제 저녁에 옥문간에 와 계시여 전번이나 당부하였더니 어디를 가셨는지 낱 죽는 줄 모르난가?"
정신 없이 들어갈 제,
"춘향이 대령 하였소."
"해칼하라!"
"해칼하였소"
어사또 급한 마음 와락 뛰어나와 야단이 날 터인데, 절개 있는 계집이라니 한번 잘라 보리라 하고,
"너만한 년이 수절한다 하고 관장에게 포악하였으니 살기를 바랄소냐? 죽어 마땅하건만 나의 수청도 거역할가?"
춘향이 기가 막히어,
"내려오는 관장마다 개개이 명관이로구나! 수의사또 들으시요. 충암절벽 높은 바위 바람분들 무너지며, 청송녹죽 푸른 나무가 눈이 온들 변하릿가? 그런 분부 마옵시고 이제 어서 죽

여주오!"
어사또 기가 막히어 금낭을 열고 옥지환을 내어 기생 불러 춘향 주라.
춘향이 지환 보고 정신이 혼미하여 어쩔 줄 모르다가 손에다 껴보더니,
"이전에 낄 적에는 손에 가득 맞더니 그 새 옥중 고생에 몸이 축져 그러한지 헐렁헐렁 하는구나."
지환 보고 대상 보니 어제 저녁에 옥문간에 걸객으로 왔던 낭군 어사또 되어 두렷이 앉었구나. 반 웃음 반 울음에,
"얼시구나 좋을시구! 지화자 좋을시구! 어사낭군 좋을시구! 남원 읍내 추절이 들어 떨어지게 되었더니 객사에 봄이 들어 이화춘풍 날 살렸다. 목의 칼을 벗겨 놓으니 목 놀리기 좋을시고. 손의 수갑 끌러 놓으니 활개 떨쳐 춤추기 좋을시고. 발의 족쇄 끌러놓으니 걸음 걷기 좋을시고. 아장아장. 여보 사방님! 내 얼굴 보지 말고 걸음만 보아 짐작하오. 모친은 어디 가고 날 이리 된 줄 모르시나 보다. 이런 때에 만났으면 모녀동락하오리라. 지와자 좋을시고!"
이때에 춘향어미 삼문 밖에 있다가 춘향 노는 거동 보고 오직이 들어가련만 어사에게 하도 과이 하여 차마 들어가지 못하다가 춘향이 찾는 소리에
"어디 가야 여기 있다. 사령들아 삼문 잡어라. 어사장모 들어간다. 오늘 내 눈에 미운 년놈 죽일난다. 사위 사위 어사사위 좋을시고! 얼시고 절시고! 어제 저녁에 우리 사위 걸객으로 왔던구나! 천기누설 아니하려고 머퉁이를 하였더니 그 일 부디 노여 마소. 노여 하면 어찌 할나. 넌 00이던 춘향 날까. 얼시고 절시고 지와자 조을시고! 여보소 남원읍내 사람들 내 말을 들어보소! 아들 낳기 힘 쓰지 말고 춘향 같은 딸을 낳아 이런 즐거움들 보소! 얼시도 절시고! 지와자 조을시고!"
어사또 반만 웃고 수형리 불러 본관의 전후죄목 낱낱이 적어내어 나라에 장계하고 유죄무뢰간 옥중의 죄수들을 일병 방송하니

갇혔던 죄인들이 춤을 추며 어사를 송덕하여 만세를 부르더라.
전하께옵서 남원부사 죄목 보옵시고 어사를 칭찬하시어, 춘향이는 정렬가자를 내리시고 어사는 병조판서를 제수하시니, 어사 성은을 축사하시고 춘향과 그 모를 서울로 올려 태평으로 지내더라.

***** ‘춘향전’ 첫 번째 판 수의 끝입니다.*****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 직지프로잭트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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