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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1)--촌담해이
2003.12.15 | 조회수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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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탈재(牧丹奪財)

평양에 한 기생이 있었다. 재주와 아름다움의 경적에 빼어났었다. 향생 이서방이란 사람이 나라의 지인(知人)이 되어 취임할 새, 처가집이 그의 노자와 옷을 화려하게 차려주어, 도하(都下)에 와서 머물게 됐는데 마침 기생 사는 집과 서로 가깝거늘, 기생이 그의 가진 물건이 많은 것을 보고, 이를 낚기 위하여 이서방 있는 곳에 와서 일부러 놀라 가로되, 『높으신 어른께서 오신 줄은 몰랐습니다.』하며 곧 돌아가거늘, 이서방이 가만히 사모하더니, 저녁에 기생이 이서방을 위로해 가로되,『꽃다운 나이에 객지에 나서서 시러금 심심치 않으십니까? 첩의 지아비가 멀리 싸움터에 나가 여러 해 돌아오지 않으니, 속담에 이르기를 과부가 마땅히 홀아비를 안다 하였은즉, 별로 이상하게 생각지 마시오.』하며, 교태 어린 말로 덤비니, 드디어 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서방이 가진 물건을 다 기생에게 쓰면서 함께 있게 되었는데 기생이 매일 아침에 식모를 불러 귀에다 대고 가로되, 『밥반찬을 맛있게 하라.』하거늘, 이서방이 아름다운 여인을 만났음에 반겨, 있는 자물쇠 꾸러미를 다 맡겼다. 하루는 기생이 문들 시무룩해서 즐기지 않을 새, 이서방이 위로해 가로되,『정분이 점점 떠가느뇨? 의식이 모자라느뇨?』『어느 관리는 아무 기생을 사랑하여 금비녀와 비단 옷을 해 주었다 하니, 그 사람이야말로 참말로 기생서방의 자격이 있다 하겠소이다.』『이는 과히 어렵지 않은 일이니 너의 하고자는 바를 좇으리라.』하고 패물을 사주니,『이렇게 함께 사는 처지에 무엇을 그리 함부로 낭비하시오.』『재물은 나의 재물이니 무슨 관계리?』하며 이서방이 노해 말하는데, 또한 장삿군이 값진 비단을 팔러 왔으며, 이서방이 그 나머지 재물을 가지고 사려고 한즉, 기생이 일부러 제지하여 가로되,『곱기는 곱지만 입는 데 완급이 잇느니, 어쩌리요.』이서방이 꾸짖어 가로되,『내가 있으니 걱정이 없느니라.』

기생이 일보는 계집으로 더불어 비단을 가지고 밤을 타서 도망했거늘, 이서방이 등불을 켜고 홀로 앉아 잠 못 이루며, 새벽에 이르러 해가 높도록 돌아오지 않는지라. 조반을 짖고자 궤짝을 연즉, 한 푼의 돈도 남겨 두지 않았다. 이에 이서방이 분김에 스스로 죽고자 해 봤으나 이웃 노파가 와서 가로되,『이는 기생집의 보통 있는 일이니, 그대는 그것을 실로 모르느뇨? 매일 아침에 부엌데기에게 한 은밀한 얘기는 가만히 재물을 뺏고자 함이었고 다른 사람을 칭찬한 것은 낭군으로 하여금 격분케 해서 효과를 보고자 함이었고, 그 나중에 비단을 와서 팔게 한 것은, 밀통했던 간부로 더불어 나머지 재물을 뺏고자 함이라.』한즉, 이서방이 심히 분해 가로되,『만약 그 요귀를 만나기만 하면 한 몽둥이로 때려죽이어 꺼꾸러뜨린 다음 옷과 버선을 벗기리라.』하며, 드디어 교방(敎坊) 길가를 엿보던 중 기생이 그 동무 수십 명을 이끌고 떠들면서 지나가는지라. 이서방이 막대기를 가지고 앞으로 뛰어나가 가로되,『요귀 요귀여, 네가 비록 창녀이긴 하나, 어찌 차마 이와 같은고? 나의 금비녀와 비단 등속을 돌려 보내라!』한즉 기생이 박장대소하여 가로되,『여러 기생들은 와서 이 어리석은 놈을 보라. 어떤 시러배아놈들이 기생에게 준 물건을 돌려달란 놈이 있더냐.』

여러 기생들이 앞을 다투어 그 모양을 보고자 하되, 이서방이 얼굴이 붉어지고 부끄러워 군중 가운데 숨어 피해 달아나는지라. 이서방이 의지할 데 없이 길가에서 얻어먹더니, 비로소 처가에 이르른즉, 장모가 노하여 문을 닫고 쫓으니, 이서방이 능이 스스로 살 수 없어 드디어 동네 걸식하거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지 않은 자 없었다.

치노호첩(癡奴護妾)

어느 선비가 예쁜 첩을 하나 두었는데, 하루는 첩이 고향에 잠시 다녀오겠다고 하므로 선비는,『남녀간의 음사(淫事)를 알지 못하는 자로 하여금 첩을 호행케 하라.』하고 생각하며 여러 종들을 불러,『너희들은 옥문(玉門)이 어디에 있는지 아느냐?』한즉 여러 종들이 웃으면서 대답치 않더니, 한 어리석은 종놈이 있어, 그는 겉으론 소박(素朴)한 체하나 속으로 엉큼하여 졸연히 대답해 가로되,『그것이야말로 바로 양미간에 있읍지요.』하고 대답하니 선비가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그로 하여금 첩의 호행을 맡기게 되었다. 첩과 종이 집을 떠나 한 큰 냇가에 당도하였는데, 첩은 종으로 하여금 말안장을 풀게 하고, 잠깐 쉬게 하는데, 그 동안 종은 벌거벗고 개울 속에서 미역을 감거늘, 첩이 종놈의 양물을 문득 보니 워낙 크고 좋음에 반하여 희롱해 가로되,『네 두 다리 사이에 고기로 된 막대기 같은 것이 있으니 그게 대체 무엇이냐?』종놈이 가로되,『날 때부터 혹부리 같은 것이 점점 돋아나니 오늘날 이만큼 컸습니다.』하니 첩이 가로되,『나도 또 날 때부터 양다리 사이에 작은 옴폭이 생겼더니, 점점 커서 지금은 깊은 구멍이 되었으니 우리 너의 그 뾰족한 것을 나의 옴폭 패인 곳에 넣으면 또한 즐겁지 아니하랴?』하며, 드디어 서로 간통하게 되었다. 선비는 어리석은 종놈을 시켜 아름다운 첩을 호송시키기는 하였으나, 마음에 일만의 의심을 어쩔 수 없어 가만히 뒤를 밟다가 산꼭대기에 올라 두 사람이 하는 짓을 보니, 그 첩이 종놈과 함께 숲속에 가리어 운우(雲雨)가 바야흐로 무르익을 새, 분기가 탱천하여 크게 고함치며 산을 내려오면서 가로되,『방금 무슨 짓을 했느냐?』하니 종놈이 울면서 고해 가로되,『낭자께서 저 끊어진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고로 소인이 낭자의 옥체에 한 곳이라도 상처가 없게 하고자 해서 받들어 모실 새, 오직 배곱 아래 두어 치 되는 곳에 한 치쯤 되는 구멍이 있으니 그 깊이를 가히 측량할 수 없는지라. 혹시 풍독(風毒)이라도 입으시면 어쩌나 하고 겁이 나서 곧 지금 그것을 보철(補綴)하는 중이로소이다.』한즉 선비가 기꺼이 가로되,『진실한지고……너의 어리석음이여! 천생의 구멍이어늘, 삼가하여 손대지 말라.』하였다 한다.

청부독과(菁父毒果)

충주에 있는 어떤 산사를 지키는 중이 있었다. 그 중은 물건을 탐하고도 몹시 인색하였다. 한 사미(沙彌)를 길렀으나 남은 대궁도 먹이지 않았다. 그 중은 일찌기 깊은 산중에서 시간을 알아야겠다는 구실로써 닭 몇 마리를 기르면서 달걀을 삶아 놓고는 사미가 잠이 깊이 든 뒤에 혼자서 먹는 것이었다. 사미는 거짓 모르는 듯이,『스님께서 잡수시는 물건이 무엇입니까?』하고 물은즉,『무우 뿌리지 뭐야.』하고 답하였다. 어느 날 주지가 잠을 깨어 사미를 부르면서,『밤이 어떻게 되었어?』하고 물었다. 때마침 새벽 닭이 홰를 치면서 <꼬끼오>하고는 우는 것이었다. 사미는,『이 밤이 벌써 깊어서 무우 뿌리 아버지가 울었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또 어느 날 과수원 감이 붉게 익었다. 주지는 감을 따서 광주리 속에 간직하여 들보 위에 숨겨 두고 목이 마르면 가만히 빨곤 하는 것이었다. 사미는 또 그게 무슨 물건이냐고 물었다. 주지는,『이건 독한 과실인데, 아이들이 먹으면 혀가 타서 죽은 것이야.』하고 설명을 하였다. 어느 날, 일이 있어서 밖을 나갈 제 사미로 하여금 방을 지키게 하였다. 사미는 댓가지로써 들보 위의 감 광주리를 낚아 내려서 멋대로 삼키고는 차를 가는 맷돌인 차년(茶 )으로써 꿀단지를 두들겨 깨친 뒤에 나무 위에 올라앉아서 주지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주지가 급기야 돌아와 보니, 꿀물이 방에 가득 차고 감 광주리는 땅 위에 떨어져 있었다. 주지는 크게 노하여 막대를 메고 나무 밑에 이르러서,『빨리 내려오려무나.』하고 거듭 호통을 치는 것이었다. 사미는,『소자 불민하여 마침 차년을 옮기다가 잘못하여 꿀단지를 깨뜨리고는 황공하여 죽기를 결심하여 목을 달려니 노끈이 없고, 목을 찌르려니 칼이 없으므로 온 광주리의 독과를 다 삼켰으나, 완악(頑惡)한 이 목숨이 끊기지를 않기에 이 나무 위로 올라 한번 죽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하고 얘기하는 것이었다. 주지는 웃으면서 놓아 주었다.

계경주지(繫頸住持)

금산사(金山寺)에는 여러 여중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인화라고 하는 여중은 음탕하고도 교묘하기 짝이 없어서 여러 차례 사람을 매혹시켰었다. 주지 혜능이 이에 분개하여 모든 승려를 모아 놓고,『우리는 의당히 계율을 엄격히 지켜야 할 것이니 어찌 한 아녀자에게 더럽힌 바가 되겠는가.』하고 인화를 쫓아 버리고는 다만 남승으로 하여금 음식과 의복을 맡게 하여 도장이 맑고 정숙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혜능이 절 문을 나서 마침 인화의 집앞을 지나쳤었다. 인화가 울타리 틈으로 엿보고는,『이 중놈이야말로 낚기가 쉽겠구나.』하고는 장담을 하는 것이었다. 뭇 중은 그의 말을 듣고서,『네가 만일에 이 스님을 낚는다면 이 절의 전토(全土) 일체(一切)를 너에게 주렷다.』하였다. 인화는,『그러지. 내 의당히 이 중놈의 목을 절 앞 커다란 나무 밑에 매어달 것이니, 그대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려무나.』하고는 곧장 머리를 땋고<효경(孝經))>을 옆에 끼고 혜능을 찾았었다. 혜능은 그의 얼굴이 예쁨을 보고서,『넌 누구 집 아들이냐?』하고 물었었다. 인화는,『저는 아무 곳에 살고 있는 선비집 아들이온대, 전임 주지께 글을 배웠더니 폐업한 지 벌써 오래 되었으므로 감히 와서 뵙는 것이랍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혜능은 인화로 하여금 그의 앞에서 글을 읽게 하였을 제 경문의 구두 떼는 것이 몹시 분명하고 목청이 청랑하였으므로 혜능은,『가히 가르칠 수 있구나.』하여 크게 기뻐하고는 이내 유숙을 시켰었다. 인화는 밤 들어서 거짓으로 섬어( 語)를 짓는 것이었다. 혜능이 불러 자기의 잠자리로 끌어들이고 보니, 곧 아리따운 한 여인이었다. 혜능은,『에이크 이게 웬일이야.』하고 놀라는 것이었다. 그제야 인화는,『나는 곧 인화입니다. 사내와 계집 사이의 커다란 정욕은 곧 천지가 물건을 점지하신 참된 마음이었으므로 옛날 아난(阿難)은 마등가녀(摩登迦女)란 음녀에게 혼미(혼미(昏迷)하였고, 나한(羅漢)은 운간(雲間)에 떨어졌거늘, 하물며 스님은 그 두 분에게 미치지 못하겠습니까.』하여 혜능을 매혹시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혜능은,『애석도 하구나. 이제 나의 법계로 이룩된 몸을 헐게 되었구나.』하고는 곧 서로 정교를 통하게 되었을 제, 인화는 거짓 배가 아픈 시늉을 하여 그 소리가 문 밖으로 나는 것이었다. 혜능은 남들이 알까 보아 두려워하여 다만 제입으로써 인화의 입에다 맞추어 소리를 방지할 것을 꾀하였다. 인화는,『이제는 병이 급하니, 밤이 어둡거든 나를 업어서 절 문 밖 구목나무 밑에다 버려 둔다면 밝은 아침에 엉금엉금 기어서 집으로 돌아가리라.』하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혜능은 그의 말과 같이 하여 인화를 등에다 업고 인화로 하여금 두 손을 뽑아서 그의 목덜미를 껴안게 하고 절문을 나가는 그 찰나였다. 인화는 짐짓 두 손의 힘이 풀어진 듯이 하여 몸을 땅 위에 떨어뜨리고는,『아이구, 매는 부르고 등은 높아서 아무리 손으로 잡아도 아니 되니 허리띠를 풀어서 스님 목덜미 앞에다 두르고 두 손으로써 잡는다면 떨어지지 아니할 듯합니다.』하고 통성을 내는 것이었다. 혜능은 또 그의 말하는 대로 하여 구목나무 밑까지 이르니, 뭇 중은 이미 앉아서 대기하는 것이었다.

혜능이 창황망조(蒼黃罔措)하는 표정을 짓는 순간에 벌떡 일어나서 허리띠를 잡아당겨 혜능의 목을 졸라매어 이끌고는 뭇 중의 앞을 다가서면서,『이것이 이 중놈의 목을 매어단 것이 아니고 뭐냐.』하고 외치는 것이었다. 뭇 중은 이를 보고서 크게 놀라서 그들의 전토를 인화에게 넘겨 주었었다.

서입기혈(鼠入其穴)

어느 시골에 중년 과부가 살았다. 그 과부의 화용설부(花容雪膚)가 가히 남자들로 하여금 유혹하기가 쉬워서 문득 한번 바라봄에 남자들로 하여금 심신이 가히 표탕(飄蕩)케 하는지라. 살기는 어렵지 않으나 자녀를 하나도 두지 아니하여 다못 떠꺼머리 총각 한 놈을 머슴으로 데리고 있었다. 그 총각으로 말하면 워낙 천생이 우둔하고 암매하여 숙맥을 분간치 못하는 머슴이었다. 그러므로 이 과부집에는 가장 적격인 머슴살이였다.

어느 날, 과부가 우연히 바라본즉 자기의 침실 한 모퉁이에 조그만 구멍이 있는데 쥐 한마라기 그리로 들락날락하거늘, 이튿날 밤에 과부가 그 쥐를 잡고자 하여 치마를 들고 쥐무멍에 앉아서 뜨거운 물을 쥐구멍에 쏟아 넣었겠다. 쥐가 열탕에 이길 수 없어 뛰쳐나오다 문득 한 구멍을 발견하고,『여기 숨었으면 안성마춤이겠다.』하고 과부의 옥문(玉門)속으로 뛰어들어가니, 구멍이 좁고 어두워서 동서의 방향을 가릴 수 없었으므로 더욱 깊은 구멍이 없나 하고 머리를 들로 뺑뺑 돌아가지 과부가 비로소 쾌감을 느껴 미친 듯 또한 취한 듯 하는데, 하도 오래 그러하니 지쳐서 그 쥐를 내어몰고자 하나 할 수 없는지라.

이로써 무한히 고민하다가 급히 머슴을 부르니, 머슴은 깊은 밤에 부른 이유를 알지 못하여 졸음에 지친 눈을 비비며 안방으로 들어간즉, 과부가 벗은 채 침상 위에 누워 가만히 추파를 보내고, 애교있는 말과 아리따운 웃음으로 손잡고 옷을 벗기고 함께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머슴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또 음양의 일을 모르는지라 과부가 몸을 끌어안고 누우매 그제야 이치를 알고 서로 운우(雲雨)가 바야흐로 무르익어 갈 때, 쥐란 놈이 가만히 바라보니, 막대기 같은 것이 들락날락하면서 자기를 두들기는지라.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다가 쫓기어 이젠 어찌할 수 없음에 발악하여 힘을 다해 그 대가리를 깨문즉, 머슴이 크게 놀라 소리를 지르고 그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과부의 풍에서 빠져 나가니, 쥐도 또한 놀라고 두려워서 그 구멍으로부터 뛰쳐나왔겠다. 이후로 머슴이 가로되,『여자의 배 가운데는 반드시 깨무는 쥐가 있으니 두렵도다.』하고 평생을 여색에 가까이 하지 않았다.

비승어양(鼻勝於陽)

음사를 몹시 좋아하는 한 여인이 있었다. 평생 소원이 양물이 큰 남자를 만나는 것이었다. 상말에 코가 크면 양물도 크다는 말을 듣고 코 큰 사람을 한번 만나야겠다고 별렀으나, 좀처럼 그런 기회를 얻지 못하였다. 하는 수 없이 하루는 그 앞마을의 장날이라. <장날에 나가면 사람도 많이 모일 테니 그 중에는 코가 큰 사람도 만날 수 있겠지.> 생각하고 장에 나가서는 가는 사람 오는 사람의 코만 유심히 쳐다 보았으나 그럴싸한 사람은 한 사람도 발견 못하고 마침내 해는 서쪽으로 뉘엿뉘엿 넘어가니 실망하여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갓 부질없는 소원이로구나>하면서 발길을 집으로 돌리려는데 삿갓을 쓴 농부가 행색은 보잘것 없으나 술이 곤드레만드레가 되어서 갈지 자 걸음을 걷는데 쳐어다보니 주먹만한 코가 우뚝 달려 있는데 디움박을 갖다 달아 놓은 것 같았다. 여인은 환희작약 좋아라하고 내심 생각하되, <이 사람은 반드시 양물도 크리라, 안 그러면 어찌 저다지도 코가 크겠는가.>하고 슬금슬금 뒤따라가다가 아무도 없는 곳이 이르러는 수단을 부려 자기집으로 데리고 오는 데 성공하였다.

산해진미를 갖추어 떡 벌어지게 한상 차려 저녁 대접을 하였다. 이제야 내 한 평생의 소원을 풀 수 있는가보다 내심 기쁨을 참지 못하면서 방에 적당히 군불도 집혔다. 동동걸음으로 돌아다니면서 뒷설겆이도 대강 치우고 자기는 곱게 단장을 하고 다시 술상을 차려서 남자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남자는 그 눈치는 알지만 너무나 융숭한 대접에 저절로 입이 해벌룩해지며 마치 선경에 온 기분이었다.

술상이 물러가자 비단금침이 깔려지고 여자의 옷고름이 끌려지고 치마끈이 끌려지고 황밀 촛불도 꺼졌다. 여인은 거칠은 입김으로 남자의 귀에 속삭였다.『첩이 오늘 이 일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고민하고 기다린 지 아시겠어요? 서방님 같은 분을 만나려고 오늘 도 진종일 장가에 돌아다니면서 찾았답니다.』무엇인지 모르지만 곡절 있는 말투다.『그러세요. 하필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저 같은 사람을 찾았을까요? 그 곡절이나 좀 압시 다.』『그건 물어 뭣해요. 두고 보면 알 텐데. 그러시지 말고 어서 바지나 벗으시오.』

계집의 몸은 화끈 달아올라 약간 떠는 것을 느꼈다. 남자도 잇달아 정욕이 치올라 불꽃같이 훨훨 탔다. 드디어 일은 시작되었으나 여인은 블만이었다. 장대한 양물을 상상하였으나, 막상 당하고 보니 그것은 아이들 것과 같은 적은 것이었고 그마저 몇 번 일렁이더니 제풀에 죽고 말았다. 계집의 벼르고 벼르던 욕정은 불꽃같이 타올라 막을 도리가 없었다. 분하기도 하다. <찾고 찾던 코 큰 자식이 이 모양이란 말인가. 코값도 못하는 것이…….> 혼자 중얼거리다가 묘안이 떠올랐다. <옳지 그놈의 코로 하자.> 계집은 슬그머니 빠져나와 거꾸로 나왔다. 남자는 이상하였다. 그러나 어떤 영문도 모를 뿐 아니라 내 집도 아니고 게다가 처음 만난 여인을…….

계집은 다시 남자의 코 위에다 음부를 갖다 놓더니만 아차 하는 사이에 코를 그 안에 집어넣어 버렸다. 코가 양물보다 더 낳았다. 계집의 쌓이고 쌓인 욕정이 머리끝까지 사무쳤으니, 남자야 어찌 되었던 알 바가 아니다.

남자는 창졸간 내려덥치는 일이라 피할 길도 없었다. 처음은 그래도 입으로 약간 숨을 쉴 수 있었으나, 넘쳐 흐르는 물은 입가 수염에 묻다 말고 계집의 엉덩이까지 젖어흘러 내려 부비대는 젖먹은 다하여 이리저리 뒹구니 계집은 더욱 좋아라고 마구 누르며 부벼댔다. 끊임없이 물을 흘리면서……. 남자는 마침내 숨을 못 쉬고 완전히 의식을 잃고 말았다.

먼 마을에서는 닭이 울었다. 여인의 분은 반이나마 풀렸다. 비로소 제 정신이 돌아온 여인은 남자를 돌아보았다.『……?』머리며 얼굴이며 할 것 없이 상반신은 온통 허연 물로 덮여 있고 남자는 꼼짝달싹 않는다.『여보! 여보!』남자의 몸을 흔들며 불러 보았으나 꼼짝 않는다. <큰 일이다. 이 일을 어찌하나.> 분명 사람을 죽였다. 갖다 버리려도 혼자서는 할 수 없고 집에 그대로 두자니 그것도 안 될 말이다. <옳지 막동이 어미를 소리 해야지. 그년은 종년이니 후히 대접하여 멀리 보내면 설마 소문이야 낼려구.> 여인은 부랴부랴 옷을 줏어입고 문을 차고 막동이네 집으로 갔다.

찬바람이 핑 돌자 남자는 비로소 제 의식이 돌아와서 주위를 살펴보니 빈방에 혼자 누워 있고 상반신은 물로 젖어 후끈하였다. 어젯밤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에 떠올랐다.『아! 그년이, 그 화냥년이!』『어디 갔을까? 또 오면 이제는 정말 죽지.』『그년이 오기 전에 도망을 치자.』눈에 뜨이는 옷을 주섬주섬 줏어입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 나오니 먼산에는 아침 해가 떠있고 들에는 한사람 두사람 일찍 일어난 농부들이 보였다. 남자는 어젯밤에 당한 일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 지긋지긋한 회상을 떨어뜨리는 양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정신없이 길을 가니, 아는 사람을 만났다.『자네 내외간에 싸움했나, 웬 미음은 그렇게 덮어썼어?』남자는 함구불언 코만 킹킹하면서 당황히 간다.『허! 그 사람 이상한데 미음을 먹으면 입으로 먹지 코로 먹나? 코는 왜 킹킹거려.』하며 머리를 갸우뚱하더라.

양물유구(陽物有垢)

제주도에 어부 한 사람이 대금(大金)을 가지고 서울에 와서 객사에 들었거늘, 그 집 주인 부부는 성품이 본시 포악한지라 궤계(詭計)로써 장차 그 돈을 뺏고 자 하여 그 처를 시켜 나그네가 깊이 잠든 틈을 타서 가만히 나그네의 자는 방에 들어가게 하고, 그 사람이 잠이 깰 때를 기다려 그 주인이 노발대발하며 가로되,『네가 남의 처를 유인하여 객실에 이끌어 간통하니, 세상에 어찌 저와 같은 나그네가 있을까 보냐.』하고 팔을 벌려 두드리며 관가에 고소하여 간통죄로써 다스리라고 하고, 일부러 그 처를 때린 즉 그 처가 가로되,『나그네가 나를 꾀어 방으로 들어가 강제로 겁간(劫姦)하려고 하였다.』하니 나그네가 깊은 밤에 뜻 아니한 봉변을 당하는구나 하였으나 유구무언에 어찌 할 수 없는지라. 나그네의 결백함을 누가 능히 변명해 주며 누가 능히 증거하리요. 그 주인은 관에 고소하려고 가는데 한 사람이 들어와 나그네에게 이르되,『관가에 고발되면 손재망신은 의당히 받을 바이니 돈으로써 사과하고 서로 화해하는 것이 어떠하오?』하거늘, 이는 그 주인이 가만히 딴 이를 시켜 청택함이더라. 나그네가 억울하기 그지없으므로, 돈을 내어 사과하기도 저해해서 그냥 방치하고 있었더니, 얼마후에 관정(官庭)의 소환을 받아 변명할 바가 없더니 문득,『방사(房事)를 행하였으면, 양경(陽莖)에 때가 있겠소이까?』한즉 사또가 가로되,『어찌 때가 있겠느냐. 반드시 때가 없느니라.』『그러면 저의 양경(陽莖)을 검사하소서.』하고 내어 보이는데 사또가 자세히 보니, 양경에 골가지가 잔뜩 끼어 냄새가 고양한지라. 이에 곧 나그네의 애매한 것을 알고 객사의 주인 부처를 국문한즉, 부부가 돈에 탐이나서 무고(誣告)했다고 자백하였다.

신승고표(神僧藁俵)

마을에 한 과부가 외롭고 가난하게 사나, 오랫동안 정절(貞節)을 지켜 소문이 원근에 자자하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 한 노승(老僧)이 바랑을 지고 석장(錫杖)을 이끌고 와서 사립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거늘,『저의 집은 워낙 가난하고 또 남정네도 없으며, 내가 홀로 단간방에 살 뿐이니 딴 데로 가소서.』『이미 날은 어두웠고 밖에 인가가 없으니 자비심으로써 일박을 허락하시면 그 음혜가 크리로다.』하므로 부득이 허락한 후에 보리밥과 토장국이나마 깨끗이 바치니 스님이 주림 끝에 달게 먹었다. 주인은 늙은 스님을 생각하여 아랫목에서 쉬게 하고 자기는 웃목에서 자게 되었는데, 여주인은 옷조차 벗지 않고 그냥 잤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아서 끙끙대다가 스님이 잠든 체하고 다리로써 여주인의 다리 위에 걸어 놓은 즉, 여인이 양손으로 공손히 내려 놓았고, 얼마 후에 또 한 손을 여인의 가슴 위에 놓은 즉 여인이 또한 두 손으로 공손히 내려놓으며,『너무 곤하셔서 이렇게 하시는가보다.』하고 새벽이 되자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깨끗하고 담박한 밥상을 올리었다. 스님이 또 달게 다 자신 후,『볏짚이 있으면 몇 단 주시 오.』하거늘 볏짚을 드렸더니 그것으로 스님은 가마니를 짜서,『후한 은혜를 무엇으로 사례하리까. 이로써 예사(禮謝)하노라.』하고 소매를 떨치고 가니, 그 간 바를 알지 못하겠더라. 여인이 얼마 후에 그 가마니 속을 들여다보니 이것이 웬일이냐, 흰 쌀이 그 속에 그득하였다. 쌀을 궤속에 옮기고 난즉 또 다시 그 가마니 속이 쌀로 불룩하였다. 그리하여 이로부터 거부(巨富)가 되었다. 이웃 마을에 욕심 많은 과부 한 사람이 소문을 듣고,『나도 마땅이 중이 와서 자게 되면 그렇게 하리라.』하고 스님이 찾아오기를 고대하더니, 하루는 석양 무렵에 한 늙은 스님이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거늘, 과부가 곧 허락하여 저녁밥을 대접한 후 함께 한 방에서 자더니, 여인이 거짓 자는 체하다가 먼저 자기 다리를 스님의 배 위에 걸어 놓은즉, 스님이 다시 가만히 내려 놓기를 무수히 하다가, 아침에 여인이 일찍 일어나 조반 지어 대접한즉 스님이 떠날 때 과연 볏짚을 청하는지라. 여인이 크게 기꺼워하여 볏짚 여러 단을 가져 간즉 스님 또한 가마니 한 개를 만들어 주곤 훌훌히 떠나갔다. 여인이 그 가마니 속을 들여다 본즉 이것은 무엇이냐 해괴하기 그지없다. 양물(陽物)이 하나 그득 쌓였거늘 여인이 크게 놀리어 솥뚜껑으로써 덮으니 이번엔 솥 속에도 그것이 꽉 차는지라. 여인은 미칠 지경이 되어, 그것을 우물에 던져 버리니, 우물 안에 그득한 것이 양물(陽物)천지라 그것이 어지러이 날고 뛰어서 온 집안에 꽉 차니 여인이 과욕(過慾)을 뉘우쳐 신승(神僧)의 경계(警戒)하심을 비로소 깨치더라.

귀봉변괴(鬼棒變怪)

어떤 시골에 한 고부가 살았는데 그의 소원은 도깨비와 한번 친해 보고 싶은 것이었다. 만일에 도깨비와 친한다면 무엇이든지 소원대로 갖다 준다. 그러나 도깨비의 비위를 한번 거슬리기만 하면 논밭의 곡식은 꺼꾸로 심겨지고 솥뚜껑이 솥안에도 들어가고 밤이되면 집안에는 모래나 돌이 날아 들어오는 무시무시한 변괴가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라도 쉽게 도깨비와 친해질 수도 없고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므로 과부도 우연을 기다려야 했다. 어느 날 밤이었다. 과부가 홀로 방에 앉아 있으니, 도깨비가 이상한 물건을 하나 방안에 던져 주고 갔다. 깜짝 놀라 가만히 들여다 보니 그것은 큼직한 양물(陽物)이었다. 과부는 내심으로,『도깨비라 나를 동정하는구나.』생각하며 그것을 손에 쥐고 들여다보며,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 혼잣말로 지껄이니 그것은 갑자기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더니 불문곡직하고 고부에게 달려들어 겁간을 하는 것이었다. 일이 다 끝나니, 총각은 다시 한 개의 양물로 뒤돌아 왔다. 과부는 이 결과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일변 두렵기도 하지만 그 신기한 조화에 놀랍고도 기뻤다. 그 후부터는 생각날 때마다 양물을 잡고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귀한 것은 있을 수가 없다 하고 장롱속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 때가 되면 그놈을 끄집어 내어 쥐고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하면 곧 총각으로 변하여 그 소회를 풀어주니 그 이후부터 과부는 비로소 새 광명을 찾았고 세상에 사는 기쁨을 얻을 수 있었으므로 언제나 회색이 얼굴에 넘쳐 흘렀다. 하루는 멀리 볼일이 생겨 이웃 과부에게 집을 부탁하고 떠났다. 이웃 과부는 별 할일도 없고 그 과부의 살림살이나 구경하자고 과부집에 와서 이리 저리 뒤져 보았다. 마침 장롱을 열어 보니, 이상한 물건이 하나 있는데 흡사 양물 같았다.『아하! 이놈을 가지고 남 모르는 재미를 보는구나. 그러나 이것을 가지고는 다만 보는 것뿐일 텐데 무슨 재미가 있을까? 오히려 속만 더 태울 뿐이지.』그것을 끄집어 내어 손에 쥐고 이리 저리 뒤지면서 고루 보았다. 암만 보아도 그놈으로서는 별다른 재미를 볼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말이 미처 입가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그놈은 갑자기 한 건장한 총각으로 변하여 벌벌 떨고 있는 과부를 다짜고짜로 끄집어 엎어서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 총각은 간데 온데 없고 먼저 그 양물만 있었다. 과부는 모처럼 당하는 일이라 즐거워야 하겠으나 즐거움도 간곳 없고 다만 두렵고 놀라울 뿐이었다. 부랴부랴 장롱속에 집어 넣고 집으로 돌아갔다. 시간이 가고 제 정신이 차려지니 그놈에 대한 호기심을 더욱 간절했다. 저녁밥을 짓는 장작개비도 그놈만 같아 보이고 방구석에 돌아다니는 다듬이방망이도 그놈만 같아 보였다. 하는 수 없이 불을 끄고 잠자리에 누웠다. 그러나 연신 그놈만이 눈에 어른거리고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지금 가서 다시 한번 해볼까? 그 총각놈이 또 나타날까?』하룻밤을 온통 뜬눈으로 세웠다. 아침이 되자 미친듯이 달려가 장롱문을 열고 그놈을 끄집어 내어 들로 어제와 같은 말을 하니 그 총각놈이 나타나서 또한 행간을 하는데 그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어쩌면 이놈을 내 것으로 만들 까?』『달라고 한다.』『주지 않지.』『그럼 같이 가지고 놀자고 한다.』『그것도 안될 말.』『몰래 가지고 가 버려?』『이내 달려와서 야단일걸.』『어쨋던 올 때까지 실컷 재미나 보고 하회를 기다리자.』

이후로는 밤이나 낮이나 시간이 있는대로 생각나는대로 달려가서 재미를 보았다. 며칠이 지나서 과부는 돌아왔다. 두 과부 사이에서는 그간의 이야기가 오고가고 하다가 종내는 그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주인 과부는 펄펄 뛰었다. 며칠이 지나니, 이웃 과부는 그놈의 생각이 또한 간절하여져서 주인과부한테 가서 하룻밤만 빌려 줄 것을 간청하였으나, 도저히 들어주지 않는다. 이웃 과부는 성이 부시시 일어났다. <대체 이년은 그것을 한번 빌려주는데 그놈이 닳느냐 어디로 날라가느나?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집어먹어 삼키느냐?> 내심 괘씸하였다. <어디 두고 보자.> 두 과부는 좋지 않은 말이 몇 마디 오고가더니 싸움이 벌어졌다. 아무리 말려도 온통 듣지 않는다. 이 소문은 마침내 그 고을의 원의 귀에까지 들어갔다.『어디 세상에 그럴 리라 있을라구. 귀신이란 원래 심신에서부터 생기는 것이고 도깨비란 정신이 부설하여 헛것이 보이는 것인데.』원은 극구 부인하고 아전배는 사실이 그렇다고 우겨대었다. 마침내 원은 그 과부를 물러 그 물건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과부는 갖다 바치는 그 물건을 원은 손에 쥐고 이리 저리 보았다. 모양은 틀림없이 소문과 같이 양물 같았으나 그 사실을 믿을 수가 없으며, 또한 그것이 과연 그러할 줄은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러면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원은 혼자 중얼거렸다. 원의 말이 채 입에서 떨어지기도 전에 그 양물은 총각으로 변하여 다짜고짜 사모관대를 한 동헌에 높이 앉은 원에게 달려들어 여러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서 행간을 하고는 다시 원래의 양물로 변하였다. 원은 놀랍고 창피하였느나 자기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사실을 자세히 써 장계(狀啓)와 함께 감영으로 보냈다. 이 소문은 마침내 입에서 입으로 펴져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고 감영에 가지고 왔다 하나 귀결이 어찌될까? 그 소문이 사실인가? 하여 그 물건을 먼 빛으로나마 한번 보려고 감영근처에는 구경꾼으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감사도 원의 장계와 그 물건을 보니 이상하기는 하나,『어디 세상에 그럴 리가 있을라구? 원이 미쳤거나 하였겠지.』하고 무심히 그 물건을 들여다 보니 흡사 양물 같았다. 그러나 이것이 설마 그럴랴구?『그럼 이것은 대체 무엇에 쓰는 것일까?』감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채 다하기도 전에 더벅머리 총각놈이 나타나서는 사람들이야 있건 말건 다짜고짜 감사를 엎어놓고 행간을 하더니 일이 끝나자 본대의 양물로 변하였다. 감사는 치사하고 괘씸하여 분이 머리끝까지 올랐다.『이 요물을 불에 태워 버리자.』생각하고 감영뜰에 모닥불을 지피게 하여 그 속에 던져 넣었으나, 타지도 녹지도 않았다. 다시 끄집어 내어 펄펄 끓는 물에 넣었으나 삶겨지지도 않고 익지도 않았다. 감사는 하는 수 없이 모든 것을 단념했다.『조물주는 불쌍한 과부를 위해서 이런 것을 만들었는가보다.』생각하고 그것을 과부에게 다시 돌려주고 말았다.

- 강희맹(姜希孟)이 지은 야담집 [촌담해이] 중에서 정선한국고전문학전집 권1에 실린 것을 싣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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